한국전력 서재덕(왼쪽)과 박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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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기간에 철우 형이 계속 전화했다." (서재덕)
"재덕이가 남아줘서 고마웠다." (박철우)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왼손잡이 듀오는 다음 시즌에도 건재하다. 박철우(37)와 서재덕(33)이 다음 시즌 가장 높은 곳까지 가기 위해 뭉쳤다.
프로배구 FA 시장은 조용하게 끝났다. 정지석, 곽승석(이상 대한항공), 전광인(현대캐피탈) 등 A급 선수 상당수가 FA 자격을 얻었지만 팀에 잔류했다. 하지만 물 밑에선 꽤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는 서재덕이었다. 리시브가 되는데다 귀한 왼손잡이 자원이라 여러 팀이 서재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서재덕은 한국전력에 남기로 했다.
서재덕의 잔류 소식을 가장 반가워한 건 한국전력 선수들이었다. 한전은 5년 만에 봄 배구에 나선 데 이어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승리까지 따냈다. 서재덕은 "철우 형이 제일 먼저 연락했다. (김)광국이 형, (신)영석이 형 등도 '잘 했다'고 말했다"고 웃었다. 박철우는 "재덕이는 우리 팀 전술의 핵심이다. 에이스가 빠지면 안 되잖느냐"고 했다.
서브를 넣는 한국전력 서재덕.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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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는 현대캐피탈, 삼성화재를 거쳐 2020년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FA 계약을 세 번 했는데 두 번이나 팀을 옮겼다. 박철우는 "재덕이는 프랜차이즈 스타고 팀의 상징이다. 부러운 면도 있다. 그래도 내 뜻에 의해 팀을 옮긴 것이고, 선수로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감사함이 크다"고 했다.
지난 시즌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서재덕은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체중 관리와 부상으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철우도 심장 수술 여파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엔 기대했던 모습을 되찾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함께 이끌었다.
서재덕은 "부담은 없었는데, 2년을 쉬니 감각이 떨어졌다. '내가 어떻게 했지'란 생각까지 했다. 하나하나 그제서야 떠올랐다"고 했다. 이어 "팀이 하락세일 때 부상을 당해서 경기에 못 나갔다.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이)시몬, (임)성진이가 너무 잘 해줬고, 팀원들도 하나가 되어 이겨냈다. 배구는 6명이 하는 것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박철우는 "처음엔 기대가 컸는데 시즌 중반 상황은 플레이오프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포스트시즌 승리까지 따냈다. 나름의 성과가 있으니 한 단계 더 밟고 싶다"고 했다. 서재덕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대한항공전에서 철우 형이 정말 대단했다. 우리 앞으로 와서 한 세리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더 올라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적응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환호하는 한국전력 박철우(앞)와 김광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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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덕에겐 '게으른 천재'란 이미지가 있다. 군복무 이후 불어난 체중 탓이다. 서재덕 스스로도 "나는 게으른 편"이라고 했다. 그런 서재덕에게 박철우의 존재는 큰 자극이었다. 서재덕은 "솔직히 경기 감각을 되찾는게 힘들었다. 그런데 철우 형도 있으니까 내색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몸을 끌어올리려는 철우 형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했다.
박철우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재덕이는 불성실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이 운동을 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열심히 하는 걸 믿어주면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경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해 해서 만져보면 근육이 있다"고 했다.
서재덕은 크게 웃으며 "철우 형만큼 아니다"라며 "지금은 100㎏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전엔 5㎏ 정도 더 감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철우 형이 다음 시즌에도 주장을 맡는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력은 과거 삼성화재에서 뛴 적이 있는 타이스 덜 호스트(네덜란드)를 영입했다. 타이스의 포지션은 레프트다. 그래서 왼손잡이인 박철우와 서재덕이 번갈아 라이트를 맡는다. 다만 수비가 좋은 레프트 이시몬이 군입대했기 때문에 서재덕은 상황에 따라 레프트로도 나선다.
한국전력 서재덕(왼쪽)과 박철우 |
박철우는 "개인 욕심은 아예 없다. 내가 뭘 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팀이 잘 되는 게 우선이다. 센터든 라이트든 팀에 도움만 된다면 된다. 배구를 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서재덕은 "재밌을 거 같다. 라이트는 원래 하던 포지션이고, 레프트는 프로 생활하면서 쭉 해왔다. 걱정은 되지 않는다. 어디서든 뛰기만 할 수 있다면 좋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최종 순위 3위로 마쳤다. 한국전력은 세 차례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그리고 우승이다. 서재덕은 "감독님이 우리에게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는 마음을 심고 있다. 우리도 우승을 바라보고 뛴다"고 했다. 박철우는 "우승을 하기 위해선 체력, 기술, 팀웍은 물론이고,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걸 갖춘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충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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