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사 졸업식 기념 연설에서 실수 연발
백악관, 연설 전문 홈피 올리며 기록 남겨
"대통령 발언은 실언조차도 역사의 일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해군 소위로 임관하는 4학년 졸업생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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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사관학교는 4일(?) 과정이다.’
‘러시아 경제제재에 북한(?)이 동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에서 거행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말실수가 널리 회자되며 그에게 비판적인 이들 사이에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자체가 귀중한 사료(史料)’라는 원칙에 입각해 틀린 내용까지도 원문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려 세계 각국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해사에서 졸업생들을 상대로 행한 기념 연설 전문을 홈페이재에 게시했다. 미국은 매년 5월 열리는 육해공군 및 해안경비대 사관학교들의 졸업식을 대통령, 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나눠서 참석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바이든 대통령 연설문을 보면 곳곳에 ‘틀렸다’는 뜻의 가로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옆에는 괄호 하고 올바른 표현을 적어놓았다. 어차피 연설이 이뤄진 시점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는 시점 사이에는 일정한 시간차가 있는 만큼 틀린 내용은 정정해 올려도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단 대통령 입 밖으로 나온 발언은 그것이 실수이든 거짓말이든 역사의 일부임이 분명하므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기념 연설 전문의 일부. 바이든 대통령이 해사 4년 과정을 ‘4일’이라고 잘못 말한 것을 정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말한 것을 정정한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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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바이든 대통령은 사관생도 훈육을 책임진 교장 등 해사 지휘부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 젊은 남녀들(졸업생)이 4일 전 해사에 도착했을 때”라고 말했다. 미 해사가 4년 과정임을 감안하면 ‘4년’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만 ‘4일’이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백악관 홈페이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중 ‘4일’(days)에 가로줄을 그어 틀린 표현임을 명확히 한 뒤 그 뒤에 괄호 하고서 ‘4년’(years)이라고 표기했다. 일종의 팩트체크인 셈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연설 후반부에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을 적국인 북한과 혼동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지도 아래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나열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호주, 일본, 북한, 그리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일부”라고 말한 것이다. 이건 워낙 큰 실수인 만큼 당장 기사화가 이뤄졌고, 특히 워싱턴에 주재하는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이 비중있게 다뤘다.
백악관 홈페이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중 ‘북한’(North Korea)에 가로줄을 그어 틀린 표현임을 명확히 한 뒤 그 뒤에 괄호 하고서 ‘한국’(South Korea)이라고 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망신살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방한 중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프레지던트 문”(President Moon)이라고 잘못 불러 문재인 전 대통령과 헷갈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1942년 11월 태어나 현재 거의 80세가 다 된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곤 한다.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바로 이 점을 들어 “바이든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공격했다. 미 정가에선 오는 2024년 82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연 연임에 도전할지, 아니면 민주당 내 젊은 정치인한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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