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에 효과적 대응 못해…테러 위협도 높아져
탈레반 점령시 총리 등 휴가 중…위기의식·리더십 결여
군수송기 탑승하는 스페인인들과 아프간 협력자들 |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영국 하원이 지난해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재앙'이자, 정보와 외교의 '총체적 실패'로 결론 내렸다고 BBC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원은 최근 내놓은 조사 보고서에서 아프간 철수에 대해 이같이 혹평하고 수년간 국가 이익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배신'으로 규정했다.
영국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일원으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8월 미국 철수와 함께 20년간의 아프간 주둔을 끝냈다.
보고서는 정부가 2020년 2월 이후 알려진 미국의 아프간 철수 결정을 접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영연방 개발사무소(FCDO)가 제3국과 철수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등 철수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데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을 도운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계획도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철수 과정에서 '관리 부실'로 여러 생명이 희생될 수 있었다며 당시 책임자인 필립 바튼 FCDO 소장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점령 당시 바튼 소장과 당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 보리스 존슨 총리는 모두 휴가 중이었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이에 "이는 국가 중대사에 대한 위기의식, 기본적인 리더십 부족을 보여준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아프간 철수는 영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아프가니스탄발 테러 위협을 높였다고 우려했다.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 특별위원장은 이날 BBC 라디오 방송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계획과 준비, 리더십 부재는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그림자내각에서 외무장관을 맡은 데이비드 래미 의원도 "보고서는 아프간 철수에 있어 정부의 무능함과 게으름, 미숙함의 정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당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위신을 깎아내렸다"며 "이 재앙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아프간 철수는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이뤄졌다며 반박했다. FCDO는 보고서를 검토한 후 대응하겠다고 했다.
영국 총리실은 하원이 문책을 촉구한 바튼 소장을 존슨 총리는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전하며 "그는 그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이 있고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또 당시 라브 외교장관을 아프간 철수 후 부총리로 임명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보고서의 문책론을 일축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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