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을 미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해 마린원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다음 이날 텍사스주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별도의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면서 손사레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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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5일 간의 한국·일본 방문을 마무리하고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 이뤄진 아시아 순방은 21세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 지역으로 설정한 인도·태평양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비전과 전략의 초석을 다지는 자리였다. 그는 이번 순방에서 한국, 일본, 쿼드(Quad)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및 다자회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층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내건 깃발 아래 모인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대오를 얼마나 내실 있게 유지·확대하느냐가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도전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중시하고, 동맹 및 우방국과의 공조를 강조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맹 및 우방국과의 공조가 중국 견제, 기후변화 대응 등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면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는 이들을 규합하기 위한 명분이다.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고 기후변화와 팬데믹, 공급망 위기 등 각종 도전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이 같은 명분과 방법론을 잘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 등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지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일본측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리켜 “이 문제는 유럽의 문제 이상의 지구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보여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러시아 제재에 대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클라이맥스는 IPEF 출범이었다. IPEF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축소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 협력체다. 당초 6개국 정도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이 대거 동참해 13개 회원국으로 출범했다. 단숨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경제협력체를 등장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동시에 한계와 도전 과제도 노출했다.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과시한 연대의 이면에는 단합을 시험할 복잡하고 엇갈린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쿼드 정상회의 및 미·인도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한 사례다.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충돌’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이 삽입되는데 그쳤다. 한국과 일본은 국가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지만 향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본격화될 경우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 회복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IPEF는 새롭게 부상한 분야의 통상규범을 공동으로 수립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관세인하, 시장 접근권 확대 등의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개발도상국들의 참가 열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레야 솔리스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국장은 인도·태평양은 여전히 무역협정을 경제적 기회와 지정학적 영향력의 원천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파트너십으로 이 지역을 경제적으로 이끌겠다는 도박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가 안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40%를 간신히 넘는 낮은 국정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대형 악재가 엄존한 상황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지금 간신히 지키고 있는 상·하원의 주도권을 공화당에 넘겨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79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빠르게 레임덕에 접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적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어기는 것을 경험한 인도·태평양 국가들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선뜻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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