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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황동재 고교 때 150㎞ 던졌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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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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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수 황동재.(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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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영남대와의 대구리그 경기서 최고 145㎞를 찍었다. 아직 차가운 날씨를 감안하면 150㎞가 가능하다는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닌 듯. 투구 폼이 부드럽고 슬라이더가 예리하다. 체격 조건(190㎝ 90㎏)도 좋다.’

3년 전 ‘제 7회 전국명문고 야구열전’을 앞둔 사전 취재 메모다. 경북고 에이스 황동재(21·삼성)에 관한 내용이다. 프로 3년차 황동재는 빠른 공을 던지지 않는다. 변화구가 다양한 편도 아니다. 평균 139㎞의 직구로도 피안타율은 0.258에 그친다.

스피드는 투수의 생명이다. 24일 현재 평균자책점 1위(김광현 1.21)부터 10위(스탁 2.40)까지 하나같이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140㎞에 이르지 못한 황동재의 직구가 타자들에게 먹히고 있을까.

시속 155㎞ 강속구를 던지는 장재영(키움)의 피안타율이 0.388인 점을 감안하면 ‘황동재 현상’은 미스터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느린 직구가 통하려면 적어도 3가지 조건 중 둘 이상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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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시절 황동재 투구폼.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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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는 송곳 컨트롤이다. 몸 쪽이나 바깥쪽 가장 까다로운 코스에 찔러 넣는 능력을 가진 투수는 좀처럼 연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황동재는 수준급 컨트롤 능력을 지녔다.

둘째 공 끝의 변화다. 타자들은 회전력 좋은 투수를 꺼려한다. 제대로 쳤다 싶은데도 뜬 공이 되기 십상이다. 황동재는 이 유형과 조금 다르다. 흔히 말하는 지저분한 공 끝을 가졌다. 황동재의 직구는 끝에서 조금씩 말린다. 그러니 정타가 잘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숨기는 동작이다. 황동재는 공을 몸 뒤에 숨긴 채 투구를 한다. 이순철 해설위원의 표현을 빌자면 “실내 야구장 피칭 머신처럼 언제 공이 튀어 나오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훅하고 나타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하나, 둘, 셋, 탕! 이런 식이다.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고전한다. 황동재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특히 세 번째가 그의 최대 강점이다.

황동재는 공을 숨겨서 투구한다. 타자의 눈에는 갑자기 훅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황동재만의 ‘느림의 미학’이 통하는 이유다.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올 들어 벌써 선발 6경기서 충분히 입증됐다.

6차례 가운데 단 한 번도 난타를 당하지 않았다. 3실점이 가장 많다. 5일 NC전과 18일 한화전서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성공시켰다. 24일 KIA와의 경기서도 ⅓이닝이 모자라 놓쳤다.

한화전서는 6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으로 눈길을 끌었다. 7회 3번 정은원, 4번 노시환을 연속 삼진 처리해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하주석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황동재는 고교 때보다 스피드가 떨어졌다. 신장은 1㎝, 몸무게는 7㎏ 늘었다. 스피드가 준 것은 팔꿈치 수술 탓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수술 후 오히려 스피드가 더 빨라진다.

통증에서 해방되면 그만큼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동재도 시나브로 스피드가 증가할 것이다. 고교시절, 혹은 그 이상의 빠르기를 갖추면 더 좋은 투수로 성장 가능하다. 한국야구는 뛰어난 투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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