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록 가수 예외적 유행 넘어
젠더리스 열풍… 음악관 담기도
“꾸미는 건 여자만의 영역 아냐”
최근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인조손톱을 붙이고 나타난 미국 가수 머신 건 켈리.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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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에선 유명 미국 여배우 메건 폭스의 약혼자이자 미국 팝펑크 가수인 ‘머신 건 켈리’의 ‘손’에 시선이 쏠렸다. 검정색 바탕에 2.4㎜ 크기로 쪼갠 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10개의 인조 손톱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제작비만 3만 달러 이상(한화 약 4000만원)인 손톱이었다. 평소 “매니큐어야말로 진정한 자기 표현의 방식”이라고 말해온 그는 지난해 네일 브랜드 ‘언던 래커’도 차렸다.
자신의 히트곡 '워터 멜론(수박) 슈가'를 본따 알록달록 과일을 그려넣은 네일아트를 선보인 가수 해리 스타일스. /해리 스타일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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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기 보이그룹 원 디렉션 출신 해리 스타일스도 유명한 네일아트 마니아. 지난해엔 자신에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상을 안겨준 히트곡 ‘워터 멜론(수박) 슈가’ 제목을 본떠 수박, 키위 등 과일을 알록달록 그려넣은 네일아트를 선보였다.
미국 유명 래퍼 ‘릴 야티’는 손톱뿐 아니라 발톱도 화려한 색을 자주 입힌다. 2017년 데뷔 앨범 ‘틴에이지 이모션스’ 때부터 다양한 소수자 차별을 저격하는 가사를 써온 그의 음악관을 고스란히 담은 것. 재작년 “남성들이 자기 표현 장벽을 깨는 데 도움 되길 바란다”며 젠더리스(Genderless·성별 구분 없는) 네일 브랜드 ‘크리트’도 론칭했다.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네일아트에 쓴 머신 건 켈리.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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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 ‘올드 타운 로드’로 빌보드 차트 역대 최장 기간 1위(19주간) 기록을 가진 래퍼 릴 나스 엑스의 손톱도 항상 색칠돼 있다. 그는 2019년 자신의 곡 ‘C7osure’의 가사를 활용해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공식석상과 뮤직비디오에서 성고정관념을 깨는 장치로 네일아트를 적극 활용해 왔다.
이 밖에도 미국 래퍼 포스트 말론과 에이셉 라키, 미국 라틴계 힙합 가수 배드 버니,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등. 모두 손톱 색칠을 즐기는 해외 남가수들이다.
톡톡 튀는 네일아트로 팬들의 눈길을 끌어온 BTS 멤버 제이홉.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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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가수도 예외는 아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 NCT127 태용, 비투비 프니엘, 더보이즈 영훈 등 여러 남자 아이돌이 단순 색칠부터 화려한 큐빅 장식까지 다양한 손톱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같은 ‘화려한 남자 손톱 유행’은 최근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유동적인 성 정체성)’ 현상의 확산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헤비메탈, 펑크록, 일본 비주얼록, 글램록 밴드들이 화려한 화장과 손톱색을 선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됐었다.
반면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젠더리스’ 패션이 다수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당장 이들 세대가 가장 많이 쓰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선 여기서 인기 많은 패셔니스타를 일컫는 ‘E보이(일렉트로닉+보이)’들이 화려하게 꾸민 손톱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2만 건 이상 올라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 세대에게 ‘꾸미는 건 여자의 영역’이란 주장은 시대착오”라며 “대중음악계도 자연스레 이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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