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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캐’ 만나 안방극장 휘어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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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스틸러’ 배우 삼총사

‘나의 해방일지’ 멀쩡한 연애허당 이엘

‘우리들의 블루스’ 깡패출신 父 박지환

‘어게인 마이 라이프’ 비리검사 김형묵

인상적 캐릭터, 현실 연기로 대중 호평

뮤지컬·영화·연극계 종횡무진 내공으로

드라마도 눈도장… “연기경력 새 이정표”

세계일보

JTBC ‘나의 해방일지’에서 “올겨울엔 누구든 사랑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염기정을 연기한 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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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一期一會). 단 한 번의 소중한 만남. 배우에게도 그런 배역이 있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배역을 만나 열연하는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 지금 방송가 최대 화제인 드라마에서도 일기일회로 삼을 만한 배역을 만난 배우들이 있으니 JTBC ‘나의 해방일지’ 이엘, tvN ‘우리들의 블루스’ 박지환,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김형묵이다. 짧게는 14년부터 길게는 24년까지 드라마와 영화, 연극, 뮤지컬 등에서 활약한 배우들이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면 ‘아! 이 배우’할 만한 이들이 지금 ‘씬 스틸러’로 연기 경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연애허당의 좌충우돌로 웃음짓게 하는 이엘

“이 배우가 원래 이런 배우였구나.” ‘나의 해방일지’에서 이엘 연기를 본 많은 이들 반응이다. 168㎝ 키의 서구형 체형에 뚜렷한 이목구비, 약간 굵은 목소리까지. 이러한 매력을 가진 이엘은 그동안 이지적이고 여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tvN ‘화유기’에서 우마왕 비서 마비서를 비롯해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엔터테인먼트 대표 지서영 등. 특히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가 만든 명대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하자”의 상대방 주은혜를 연기하면서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렇듯 선이 강한 연기를 해왔던 이엘은 JTBC ‘나의 해방일지’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귀뚜라미가 울 땐 24도래. 안단다, 지들도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저렇게 간절히 구애 중인 거란다 겨울을 혼자 나지 않으려고. 하물며 이런 미물도 사랑을 하는데, 인간이 당연한 거 아니니. 우리도 하자. 나는 할래 할 거야. 아무나 사랑할 거야. …고르고 고르다가 똥 고른다고 똥도 못 골라보고. 아무나 사랑해도 돼. 아무나 사랑할 거야.” (‘나의 해방일지’ 1화 중)

이지적이고 도도할 것만 같은 그가 이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염기정을 연기하자 시청자는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사랑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 특히 고등학교 동창의 친동생이자 애 있는 이혼남 조태훈(이기우)을 좋아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선 보기 드문 순도의 애절함마저 느껴진다. 더불어 동생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부모님을 도와 밭일을 하는 모습 등은 그전 이엘을 떠올리지 못하게 한다.

세계일보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순댓국밥집 사장 정인권을 연기 중인 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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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부성애로 안방 울린 박지환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출신 조폭 이수파 두목 장이수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박지환. 삭발한 머리, 차진 조선족(중국동포) 억양과 표정 연기는 그를 실제 조선족으로 오해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작품은 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약왕’(2018)에서 화교 출신 마약 원료 운반꾼 왕문호, ‘봉오동 전투’(2019)에서 비열한 일본 장교 아라요시 시게루, ‘유체이탈자’(2021)에서 노숙인 등 개성 가득한 배역을 골고루 연기했다. 하지만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이런 배역은 ‘박지환’하면 조폭이나 조선족, 노숙인 등 특이한 이미지만 떠올리게 했다. 1999년 영화 ‘노랑머리’로 데뷔한 후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박지환이 지닌 매력 중 일부만 발휘된 것이다.

그런 박지환이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오일장에서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는 정인권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깡패였다가 ‘자식 보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는 어머니 유언에 손을 씻고 나와 잠잘 시간도 없이 돼지 내장을 손질하고 뼛국을 고아 순대를 말아 팔면서 하나뿐인 자식을 키웠다. 다행히 아들은 전교 상위권. 말은 거칠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만은 지극정성인 아버지에게는 유일한 자랑거리다. 그런 아들이 동네 동생 방호식(최영준)의 딸이자 전교 1등과 혼전 임신을 했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서 박지환은 한탄한다. “나는 너한테 안 쪽팔리려고 너 하나 잘 키워보자고 365일 24시간 여기서 이 피비린내 맡아가며 돼지 똥창 씻어가며 죽어라 산 죄밖에, 나는 너한테 하늘을 우러러 잘못한 게 없잖아. 너는 세상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자랑이었어.”( ‘우리들의 블루스 8화 중)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연기한 박지환은 최근 인터뷰에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생긴 게 이렇고, 그렇게 봐주시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내가 어떻게 할 게 아니라고 본다”며 “힘들어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서서히 다가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봐주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권이가 울 때… 나도 같이 엉엉…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돼ㅜ 모두 응원합니다”, “진짜 1987 때 보면서 와 저 사람은 진짜 저 시절에 고문관하던 사람을 데리고 왔나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연기를 잘해서 눈에 확 들어왔던 배우였는데 여기서도 진짜 연기 너무 잘한다” 등 응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세계일보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범죄수사부장 장일현 검사를 연기한 김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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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약강 비리 검사로 분노케 하는 김형묵

최근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범죄수사부장 장일현 검사로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김형묵은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1998년 극단 동랑연극앙상블 단원으로 시작해 1999년부터 2001년 12월까지 서울시뮤지컬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1999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한 그는 17년가량 ‘카르멘’ ‘대장금’ ‘금발이 너무해’ ‘삼총사’ ‘투란도트’ 등 다양한 뮤지컬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제1회 헤럴드연극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는 2017년부터 안방극장을 두드리고 있다. SBS ‘귓속말’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나 배역은 기억하더라도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데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그의 연기 내공이 비로소 빛을 받고 있다. 주인공 김희우(이준기) 사망에 일조한 인물로, 김희우 대학 선배이자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스폰서 검사다. 190㎝ 큰 키에 각진 얼굴, 부리부리한 눈매, 굵고 큰 목소리가 함께하니 진짜 비리 검사를 보는 것만 같다. 특히 김형묵은 드라마 데뷔작 ‘귓속말’에서 이미 비슷한 배역을 맡은 바 있다. 전직 스폰서 검사 출신으로 거대 법무법인 태백 대표의 비서실장이 된 송태곤을 연기했으며, 당시 송태곤의 악행에 시청자들은 분개했다. 이번 장일현도 마찬가지다. 윗선에 잘보이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으며, 약자에게는 폭력과 협박을 자행하는 모습이 송태곤을 연기한 김형욱을 떠올리게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김형욱과 박지환, 이엘은 주연급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각자 위치에서 개성 강한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줬었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주연들이 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완전히 색다른 연기가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 범주 내에서 변화를 준 것”이라며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을 뽑아내려는 연출자와 작가의 시도가 다양해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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