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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강 신화' 보며 꿈 키운 소년···20년 뒤 EPL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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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亞 최초 EPL 득점왕

시즌 최종전 멀티골 폭발 '23골'

막판 10경기 9골 '무서운 뒷심'

챔스 진출·득점왕 두토끼 잡아

단짝 케인도 "차원 다른 클래스"

손 "어릴적 꿈 이뤄···이제 챔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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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 지성 팍(Do you know Ji-sung Park)?’

박지성(41)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창 활약하던 2000년대 중반 축구 팬들 사이에 익숙하던 한마디다. 상당수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만나면 박지성 얘기로 대화를 풀어가고는 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한국인 개척자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손흥민(30·토트넘)의 시대를 살고 있는 팬들은 아무도 ‘두 유 노 흥민 손’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EPL 무대 활약은 더는 낯선 현상도 아닌 데다 더욱이 손흥민은 우리가 먼저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하는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은 23일(한국 시간) EPL 득점왕을 배출한 세계 열세 번째 나라가 됐다. 잉글랜드(9명), 네덜란드(3명), 프랑스·아르헨티나(이상 2명), 이집트·코트디부아르·불가리아·가봉·포르투갈·세네갈·트리니다드토바고·우루과이(이상 1명) 다음이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끝난 2021~2022시즌 EPL 최종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 대 0으로 앞선 후반 25분과 4 대 0이던 후반 30분에 연속골을 폭발했다. 21골로 득점 2위였던 손흥민은 23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같은 시각 울버햄프턴전에서 1골을 보탠 동갑내기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골든 부트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살라흐는 통산 세 번째 득점왕,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의 득점왕으로 우뚝 섰다. 살라흐의 기록이 페널티킥 5골을 포함한 것인 반면 손흥민은 23골이 모두 필드골이라 순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페널티킥 키커로 아예 나서지도 않았다.

영국 BBC는 “손흥민은 마지막 5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는 등 최근 10경기 9골로 기어이 득점 차트의 정상에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골 뒤져 있어 부담이 있었을 텐데 결국 해냈다. 우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뤘다”며 기뻐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인 공격 단짝 해리 케인(토트넘)은 “당연히 받을 상을 받았다. 올 시즌 손흥민은 차원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리버풀의 역전 우승 실패에 골든 부트 트로피를 든 살라흐의 표정은 밝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다 가진 남자’의 미소를 지었다. 노리치 시티전 5 대 0 승리로 라이벌 아스널에 승점 2점 앞선 4위(승점 71·22승 5무 11패)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EPL에서는 1~4위가 다음 시즌 챔스에 진출한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4위 배당금 약 592억 원, 챔스 조별 리그 진출에 따른 수당 약 210억 원 등 800억 원의 돈 자루를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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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은 이날 오른발로만 2골을 넣었다. 하지만 그는 왼발도 잘 쓴다. 올 시즌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터뜨렸다”고 소개했다. 양발을 손처럼 잘 쓰는 능력은 전문가들이 손흥민을 높게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어릴 적 손흥민을 직접 지도한 아버지 손웅정(60·손축구아카데미 감독) 씨는 오른발잡이인 아들에게 지독할 정도로 왼발 사용을 강조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낸 뒤 쉬러 들어왔을 때도 운동장을 달궜다. 아버지 손 씨는 1000개의 슈팅 훈련을 지시했고 손흥민은 그때도 묵묵히 오른발·왼발 500개씩 매일 슈팅 훈련을 했다.

마침 올해는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의 해다. 2002년 5월 잉글랜드·프랑스 등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자신감을 쌓은 태극 전사들은 6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4강 신화를 썼다. 당시는 초등학교 4학년 손흥민이 본격적으로 축구에 몰두하기 시작해 하루 3~4시간씩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발로 튕기는 기술)에 땀을 쏟던 때다.

손흥민은 “어릴 적부터 꿈꿔온 상이 지금 내 손 안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 트로피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무겁다”며 “오늘 꼭 골을 넣고 싶었고 동료들이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이제 우리는 챔스로 간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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