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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전쟁 상처 오래가"…우크라이나 접경 난민 돕는 한국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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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몰도바 체류 우크라이나 난민 생계·심리지원

연합뉴스

아동 난민에게 물품을 나눠주는 WeWorld직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한국에서 약 8천㎞ 거리, 우크라이나와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 공화국. 인구 260만명의 이 작은 나라에 전쟁의 위협 속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가족과 헤어져 포탄을 피해 낯선 곳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는 난민들에게 각국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활동가들도 몰도바에서 물심양면 지원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22일 연합뉴스는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사업을 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국제개발 협력본부 인도적지원팀 김익환(40) 팀장과 이화연(36) 대리를 통해 현지 사정을 들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 회원단체인 이탈리아 비정부기구(NGO) 위월드(WeWorld)와 함께 몰도바 내 우크라 난민 대상 긴급 생계지원 및 심리·사회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몰도바 내 키시너우와 크리울레니 등 2곳의 도시에서 체류 중인 난민들에게 긴급 위생용품과 생계지원비를 제공하고, 아동·여성·양육자에게는 심리 치료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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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배분하는 이화연 대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로 이동한 난민은 약 45만명으로, 이 중 아동은 15만명 정도다. 대부분 난민은 몰도바를 잠시 거쳐 더 안전한 국가로 이동했고, 현재 몰도바에는 약 10만명이 남아있다고 한다.

난민들은 대학교 건물 등을 이용한 임시거주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몰도바 시민들의 집에서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불과 수십㎞ 떨어진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몰도바 현지 상황은 다행히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평화롭다고 한다.

김 팀장은 "몰도바 현지 직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는 몰도바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 등 불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는데, 현재는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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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현지에서 일하는 김익환 팀장(맨 왼쪽)이 크리울레니 지역 임시거주시설 책임자, WeWorld 사업 매니저와 함께 임시거주시설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협의하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몰도바 정부와 시민들도 난민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이 대리는 "몰도바는 유럽연합과 NATO에 가입되지 않고,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국가"라며 "코로나로 더 어려워진 와중에도 몰도바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난민들에게 자신의 집 한쪽을 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들에게는 여전히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단은 임시거주 시설에 머무는 난민들이 필요로하는 물품의 종류와 규모를 파악해 몰도바 현지 시장에서 산 뒤 배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원 활동이 난민을 수용한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현지 업체와 시장을 활용해 물품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월 약 115달러 수준으로 지원되는 생계지원비는 유엔과 몰도바 정부를 통해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상으로 선불카드 형식으로 배분된다.

물적 지원 외에도 전쟁 상황을 목격한 트라우마 등으로 고통받는 난민을 위한 심리적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이 대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으로 인해 남성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대부분 피난 여성이 홀로 또는 아이들과 함께 이동해 외부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일부는 심리·사회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거주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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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수령을 위해 줄 선 난민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동들이 놀이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도록 놀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차츰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전쟁의 즉각적인 피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됐지만, 전쟁의 상처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 전쟁 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은 현재 진행 중"이라며 "집과 학교가 파괴되고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일상을 되찾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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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너우 임시거주시설 내 식당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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