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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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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 완화...대러 제재 효과와 고유가 대응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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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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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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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후안 과이도가 이끄는 야당 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와 밀착한 베네수엘라를 달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효과를 강화하는 한편 고유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미 석유업체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업체 PDVSA와 베네수엘라에서의 사업 재개와 관련해 대화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지 않은 유일한 미국 정유업체다. 셰브론과 PDVSA가 설립한 4개 합작법인은 2019년 기준 하루 2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으나 2020년 4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명령에 따라 석유 시추, 판매, 운송을 중단했다. 이후 셰브론은 필수적인 유지보수 업무만 유지해왔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트럼프 정부는 시절 최악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2019년 1월에는 야권 지도자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이후 마두로 정권의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단교했다. 미국 사법 당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미 재무부는 또 PDVSA 고위 임원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에 대한 제재도 철회하기로 했다고 베네수엘라 야권 관계자가 말했다. 말피카는 마두로 대통령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의 조카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협력 여부에 따라 석유 관련 제재를 철회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 정권이 야권과의 협상을 통해 2024년 대선에서 공정선거를 약속하면 셰브론에 베네수엘라로의 석유 생산 장비 운송과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시추·판매까지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에는) 양측의 대화만 허용한 것”이라면서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 야권과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대화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을 비롯한 주요 정부 인사들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등 140개 기관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의 미국 금융시장 거래 금지 조치도 지속된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은 노르웨이의 중재로 지난해 멕시코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나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측근이 돈세탁 혐의로 미국으로 인도된 데 반발해 대화를 중단했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 물가 상승과 가뭄 등으로 인한 경제난, 정치 혼란과 사회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베네수엘라인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사람들은 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를 벌려놓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의 관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석유 매장량 세계 최대 국가인 베네수엘라에 손을 내밀면서 개선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3월 초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마두로 대통령을 만난 지 사흘 만에 2017년 체포한 미국 정유회사 임원 2명을 석방했다.

마두로 정권과 베네수엘라 야권은 미국의 조치를 환영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미국과 유럽 석유업체들의 협상과 사업 재개를 허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결정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제재를 완전히 철회하는 초석이 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부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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