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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테라 사태]⑧ 잘 나가던 K-코인 '루나'는 왜 몰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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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테라 사태]⑧ 잘 나가던 K-코인 '루나'는 왜 몰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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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성장세 타고 큰 루나, UST 디페깅에 디파이 서비스도 붕괴

UST 덤핑에 동작 못한 가격 유지 알고리즘…취약성 드러나



[편집자주]일반인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루나 생태계'가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가치를 연동한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지키던 1달러선이 무너지면서 관련 암호화폐가 급락세다. '테라발(發) 패닉' 사태를 긴급 조명해본다.

지난 1년 간 루나 가격 차트. 중간에 주춤하다가도 꾸준히 상승했으나, 이번 UST 디페깅 사태로 2021년 초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코인마켓캡 사이트 갈무리.© 뉴스1

지난 1년 간 루나 가격 차트. 중간에 주춤하다가도 꾸준히 상승했으나, 이번 UST 디페깅 사태로 2021년 초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코인마켓캡 사이트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루나(LUNA)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지니는 의미는 크다. 한국인 창업자들이 만든 ‘K-코인’이지만 K-코인답지 않은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루나는 K-코인 중에선 처음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톱10’에 진입했고 한때 7위까지 올라섰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다른 국내 코인들과 달리, 글로벌 투자자 커뮤니티가 더 큰 사례가 됐다.

또 루나의 기반인 테라 블록체인은 이더리움에 이어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예치 자산 규모 2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더리움이 제패했던 디파이 업계를 흔들어 놓은 셈이다.

그만큼 루나 가격의 폭락과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붕괴가 지니는 의미 또한 크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은 물론, 꾸준히 구축해온 블록체인 생태계도 하나의 요소가 어긋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파이 성장 타고 자란 루나…어떻게 컸을까

루나는 지난 2020년부터 디파이 시장이 대규모로 성장하면서 함께 크기 시작했다. 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생태계가 성장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


디파이 서비스의 규모는 통상 예치금액 규모(Total Value Locked, TVL)로 따진다. 현재는 7위까지 떨어졌으나, 최근까지도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의 TVL은 이더리움에 이은 2위였다. 이더리움이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가 2위까지 오른 것은 큰 성장세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서비스는 앵커프로토콜이다.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 중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앵커프로토콜은 높은 이자율과 더불어 담보 자산으로 유동화된 토큰을 쓰는 방식 덕분에 앵커프로토콜은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루나를 유동화한 토큰 ‘bLUNA’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UST를 대출하고, 이 UST를 예치함으로써 이자를 받는 구조다.


이 때 이자율을 20%에 가깝게 유지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앵커프로토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UST의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UST의 가치 안정화를 위한 토큰인 루나의 가격도 꾸준히 상승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었다…UST 디페깅이 초래한 혼란

문제는 이 20%에 가까운 이자율이 지속가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선 높은 이자율 탓에 앵커프로토콜이 마련해둔 준비금은 빠르게 동나기 시작했다. 앵커프로토콜에서 UST를 대출하는 사용자들은 대출 시 지불해야 하는 이자보다 UST를 예치함으로써 얻는 이자가 더 컸기 때문에 담보를 무한으로 잡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준비금이 빠르게 동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UST의 수요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UST의 수요를 뒷받침했던 앵커프로토콜의 이자율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상황에서 지난 8일 시장에서는 2억8500만달러(약 3676억원) 규모의 UST 덤핑이 발생했다. 대규모의 UST가 시장에 풀리자 UST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알고리즘은 제대로 동작하지 못했다. UST 공급량이 급격히 불어나게 된 것이다.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UST를 기축통화로 쓰는 디파이 서비스에서도 예치자산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UST의 수요를 뒷받침해주던 디파이 예치자산 규모가 급감한 것. 공급량은 늘어난 상태에서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UST 가격은 1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채 0.3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갈무리.© 뉴스1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갈무리.© 뉴스1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루나 가격은 자연히 하락하게 된다. 테라의 알고리즘은 UST가 1달러 미만일 경우 UST를 싼값에 매수해 루나로 전환하고, UST를 소각함으로써 UST 가격이 다시 오르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UST를 소각해 공급량을 줄이려면 루나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루나 매도 물량이 시장에 더 많이 쏟아지게 된다. 루나 가격이 급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이 드러나게 됐다.

◇무너진 테라 생태계…디파이 TVL 2위서 7위로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의 예치자산 규모(TVL)이 28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디파이라마 사이트 갈무리.© 뉴스1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의 예치자산 규모(TVL)이 28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디파이라마 사이트 갈무리.© 뉴스1


사태는 단순히 UST의 고정 가격이 무너진 데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테라 생태계는 UST라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UST가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자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가 함께 무너졌다.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의 예치자산 규모는 이달 초 300억달러에서 현재 28억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UST의 수요를 뒷받침하던 디파이 서비스들이 모두 붕괴됐음을 알 수 있다.

루나뿐 아니라 테라 생태계의 여러 암호화폐들도 함께 가격이 하락했다. 앵커프로토콜에서 보상으로 지급되는 암호화폐인 ANC는 이달 초 2.2달러대에서 거래됐으나, 12일 오후 현재는 0.18달러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 중 하나인 미러프로토콜의 암호화폐 MIR도 이달 초 1.15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현재는 0.29달러로, 5분의 1토막났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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