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권 웹툰 원작…호불호 갈리는 뮤지컬 형식 적절히 분배
꿈·어른 등 추상적 주제에 엇갈린 반응도…"감동" vs "감정이입 어려워"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버려진 유원지 회전목마에 노란 불빛이 들어오고, 짙은 남색 하늘에 색색의 화려한 불꽃이 터진다. 여기에 풍성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흘러나오면서 현실이 한순간에 환상으로 바뀐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는 원작인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판타지 뮤직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 분)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앞에 어느 날 마술사 리을(지창욱)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리을이의 물음에 아이와 일등이는 각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일등이는 부모가 정해준 대로 살아온 탓에 잃어버린 꿈을 리을의 마술 세계에서 조금씩 찾아간다.
원작이 어두운 현실을 무채색으로 그리고 마술 세계는 색을 입혀 표현해 시각적으로 대비되는 효과를 냈다면, 드라마는 마술, 음악, 안무를 곁들인 장면 전환으로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을 당시 '환상적인 작화'라고 평가를 받은 원작 웹툰을 어떻게 실사 영상으로 구현해낼지에 이목이 쏠렸다.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과 하 작가가 초반부터 합의한 것이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완성된 드라마는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하다. 하 작가도 "김 감독이 상상을 멋지게 현실화해줬다"며 작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
주요 배경인 리을이가 사는 버려진 유원지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명 속에서 빨간 장미꽃, 초록색 나뭇잎, 노란 전구 등의 포인트 색깔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고, 체스판 같은 격자무늬 바닥과 아치형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 늘어진 채 여기저기 걸려있는 커튼이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리을이 풍선을 날카로운 칼끝으로 찌르는 장면을 그림자로 표현한 방식이나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는 장면을 종이비행기를 따라 배경이 바뀌도록 한 설정,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비눗방울과 천천히 흩날리는 하얀 눈 등 환상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린 영리한 연출도 눈에 띈다.
또 일등이가 아이에게 느끼는 설레는 감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초록색 들판과 파란 하늘이 펼쳐진 탁 트인 야외를 배경으로 삼는 등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분위기가 반전되는 장면 전환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으로 판타지 요소를 극대화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연기 도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뮤지컬 형식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비교적 노래를 꼭 필요한 장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신은 에피소드당 1∼2장면 등장하거나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음악 역시 드라마와 별개로 완성도가 높은 편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편이다. 다만, 이야기 전개 도중 나오는 노래 연기에는 거부감이 따를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
지창욱과 최성은, 황인엽 등 배우들은 각자 맡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지창욱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 마술사 리을을 천진난만하면서도 섬뜩한 면을 가진 미스터리의 인물로 그려냈다. 최성은은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한 현실에 지친 어른 같은 소녀의 모습을, 황인엽은 부유한 엘리트 집안의 쌀쌀맞은 도련님 같으면서도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소년의 모습을 살려냈다.
다만 10대 아이들에게 꿈을 묻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시청자들에게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폭력·선정성 수위가 높은 장르물이 쏟아지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이에서 동심을 일깨워 뭉클한 감동을 준다는 반응과 함께 10대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 편의점 손님이 남긴 음식을 몰래 먹을 만큼 극심하게 가난한 상황에 이야기가 집중되다 보니 감정 이입이 잘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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