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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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대선에 져 문 대통령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인터뷰 내용 보고를 받은 후 “아마 내가 그렇게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수석은 “4월 7일, 국내 언론에 특이한 제목의 기사들이 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져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라며 “나는 본능적으로 큰 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미 공조에 구멍이 생겼다고 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로 읽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빛의 속도로 기사를 훑어 내려갔다. 기사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미소가 번져가고 있음을 느꼈다”라며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할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을 홍보해 준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재선에 실패한) 미국 대선 결과에 문 대통령이 행복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위한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의 5배 이상인 50억 달러로 올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수석은 티타임 참모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가 과거의 틀을 많이 벗어났다는 것을 전방위적으로 설명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참 많이 버텼다”라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재미있게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박 수석은 “짧은 일화이지만, 위트 속에 각각의 생각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 관점에서 방어를 한 것”이라고 했다.
박 수석은 “어쨌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셀프 칭찬 인터뷰가 결국은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한 결과로 귀결되었으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매우 훌륭한 인터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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