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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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의결, 공포(公布)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했다. 검수완박 추진 이유가 검찰의 정치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는 시간을 조정하여 개최하게 되었다. 국회에서 통과되어 정부에 공포를 요청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하여 의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한 것이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로 국무회의를 공지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시점에 맞물리면서, 오후 4시로 국무회의를 미뤘다. 국무회의 시간은 이후 다시 오후 2시로 당겨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논평을 통해 “오늘, 74년 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는 조종을 고했다”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마침내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라며 “74년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회주의와 법치주의가 종언을 고하는 데에는 채 하루도 필요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여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선진국의 트렌드가 아님은 물론, 오히려 극도의 비효율만 초래하게 될 것은 이제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라며 “이제 억울한 고소인이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면서 이의신청을 해도 더 이상 여죄를 수사할 수 없다. 검수완박법 통과로 고발인은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덮여도 검찰에 이의 신청조차 할 수 없어 변호사를 쓰기 어려운 힘없는 서민이 향후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게 될 것도 자명하다”라고 했다.
이어 “선거사범이나 공직자 비리 사범 등 범죄자만 발 뻗고 자게 될 무모한 법안을,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연기까지 해가며 완성시켰다는 사실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법안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놓았다. 검수완박 법안이 그들의 의도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도록, 우리는 국민과 연대하여 끝까지 저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은폐하고자 하는 진실이 반드시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투쟁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
대통령으로서 주재하는 우리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입니다. 오늘 국무회의는 시간을 조정하여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통과되어 정부에 공포를 요청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하여 의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정원 개혁 등 권력기관의 제도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의 원리에 따라 권력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공포 여부를 심의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한정하는 등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축소하고, 검찰 내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나가는 한편,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입법 절차에 있어서는, 국회 의장의 중재에 의해 여야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국민의 삶과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무위원들은 부처 소관을 떠나 상식과 국민의 시각에서 격의 없이 토론하고 심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국무위원 모두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뜻깊습니다. 마지막이 될 청와대에서, 화상회의실이 아닌 역대 정부부터 우리 정부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국무회의실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갖게 된 것도 무척 감회가 깊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소관 부처의 사령탑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익과 국민을 중심에 두고 다른 부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대격변과 대전환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핵심적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정부는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도 많은 성과를 남기며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 5년은 국가적 위기를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극복했던 시간이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더 크게 도약해 나갔던 과정이었습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맞서 소‧부‧장 자립의 길을 걸으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토대를 확고히 만들었습니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에서는 방역중대본, 경제중대본 양날개로 범정부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국민의 생명과 경제를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했으며, 봉쇄 없는 방역과 경제 대응 모두에서 세계적 모범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람 중심 회복과 포용성 강화의 방향을 지켰고, 신성장동력 창출과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시대 개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나섰습니다.
한편으로는, 튼튼한 국방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매진했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외교 지평을 크게 확대해 나갔습니다. 최근 급변하는 대외경제안보 환경을 마주해서는 경제 부처와 안보 부처가 손을 잡고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이며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정부입니다. 지난 5년의 성과와 노력이 다음 정부에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
각 부처 장관들과 공무원 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동안 한마음이 되어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해 주신 우리 오세훈 서울특별시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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