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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한국 토스트·커피로 여는 몽골의 아침’…아시아에 꽃피는 ‘편의점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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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편의점 아시아 원정기 들어보니]

몽골에선 현지화한 CU 토스트·라떼 판매 1위

말레이에선 ‘한국화 전략’…간판·상품명 한글

베트남엔 GS25 현지인 가맹점 1호 문 열어

씨유 “곰표밀맥주 판매 계획…제조사에 새 판로”


한겨레

몽골에 진출한 편의점 씨유(CU)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토스트. 현지 점원이 토스트 판매를 알리는 입간판 앞에서 웃고 있다. 씨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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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2030은 편의점에서 한국식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을 시작한다?’

방탄소년단 등 케이(K)팝과 <오징어게임> 등 케이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편의점의 성과가 두드러진 가운데, 이들 편의점이 ‘상품’ 뿐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를 이식하는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몽골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한류의 영향권 아래 있으면서 한국과 식생활 접점이 뚜렷한 나라에서 ‘편의점 한류’가 움트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0일 몽골 진출 4년 만에 현지에 200호점을 문 연 편의점 씨유(CU)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1위는 ‘토스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 씨유 편의점에서 직접 빵을 구워 햄과 야채를 듬뿍 곁들이고 설탕을 넣어 단맛을 강조한 토스트는 핫도그와 함께 가장 인기가 높다. 씨유 관계자는 “기후가 건조한 몽골에서는 건조식품이 많은 터라 신선한 채소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데, 씨유 상품연구소에서 개발한 맞춤형 레시피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만드는 토스트가 인기가 많다”며 “개인 맞춤형 샌드위치인 미국 서브웨이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토스트와 함께 몽골에서 인기 있는 또다른 제품은 씨유가 만든 즉석 원두커피 ‘겟(GET) 커피’다. 한국에서는 설탕·시럽을 첨가하지 않은 ‘아메리카노’가 주류지만, 우유를 선호하는 몽골에서는 ‘겟 라떼’가 특히 인기다. 씨유 관계자는 “겟 원두커피에 한국의 우유 파우더를 탄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몽골에서 유행”이라며 “‘몽골의 스타벅스’로 불리며 점 당 하루 200잔, 총 4만잔 이상이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이렇게 한국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는 몽골 젊은층의 유행을 바탕으로 씨유는 현지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100호점을 내는 데는 26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200호점까지는 단 18개월이 걸렸다. 씨유는 한국 드라마·영화에 나온 닭갈비, 김치볶음밥, 핫도그를 비롯해 몽골식 찐빵인 부즈와 전통 만두튀김 후슈르 등도 판매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70%를 달성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씨유보다 먼저 몽골에 진출한 미국계 편의점 써클케이(K)가 씨유의 공세를 견디지 못해 현지 점포를 매각하고 철수한 것은 이런 인기를 증명한다.

씨유는 기세를 몰아 한국에서 ‘국민 맥주’로 인기를 끈 곰표 밀맥주 등 수제맥주도 수출할 계획이다. 씨유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주류 수출업 면허를 획득해 현재 몽골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몽골을 시작으로 말레시아 등에서도 수제맥주를 판매할 계획인데, 편의점이 국내 중소 제조사의 수출판로를 개척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에스(GS)25 역시 몽골 현지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34개의 점포를 운영했던 지에스25는 올해 3월 46개로 점포수를 늘렸다. 올해 안에 15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지에스25 관계자는 “즉석 떡볶이, 호빵, 라볶이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자체 브랜드 유어스(YOU-US) 상품존(ZONE)을 만들어 오모리김치찌개라면, 공화춘짜장면 등도 판매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지에스25 대표 상품인 원두커피 카페25는 점포당 하루 평균 300잔 이상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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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씨유 매장에서 즉석조리해 판매하는 떡볶이와 어묵은 인기가 최고다. 씨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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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면,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형 이식 전략’이 통했다. 씨유 관계자는 “2020년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했는데, 간판부터 상품명까지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제품에 ‘전주비빔밥 삼각김밥’ ‘서울식 소불고기 도시락’이라고 한글로 적혀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한류 영향이 거센 곳이라 1호점을 냈을 당시 현지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만들어 인파를 정리할 정도였고, 입장 대기 시간이 1시간이 넘을 정도였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를 타고 씨유는 말레이시아 진출 1년 만에 매장 수를 90호점까지 늘렸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매장에서 즉석조리해주는 떡볶이다. 한국 드라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떡볶이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힙’한 음식으로 통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본 업체인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가 각각 점유율 1위와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씨유가 점유율 2위를 기록해 ‘말레이시아 편의점 한·일전’으로 불린다.

이마트24 역시 2020년 6월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클래식하고 밝은 조명, 복층으로 구성된 카페 같은 매장 분위기 등이 현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며 “컵밥, 떡볶이, 닭강정, 뷰티 제품까지 한국 편의점과 비슷한 진열품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에스25가 2020년 진출한 베트남도 ‘편의점 한류’가 거센 나라다. 2020년 말 86개 점포를 운영했던 지에스25는 올해 3월 말 159개로 점포 수를 늘렸다. 지에스25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베트남 현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맹 1호점인 지에스25 마스테리안푸점을 호찌민시 고급 아파트 밀집 지역에 오픈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점포 수는 물론 현지인 가맹점 문의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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