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5월 1일 서울 공연에 1만5,000 팬 환호
6, 7월엔 일본과 미국서 월드 투어 이어가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스트레이키즈의 두 번째 월드투어 '마니악(Maniac) 공연에서 여덟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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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와야 할 K팝 그룹의 콘서트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앙코르 무대에서 마지막 곡을 앞두고 멤버들이 차례로 소회를 밝히는 시간. 첫 멤버부터 눈물을 글썽이더니 두 번째 멤버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마지막 멤버가 마이크를 잡을 땐 급기야 꺼억꺼억 오열하는 얼굴도 보였다. 결국 여덟 멤버가 함께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해체를 앞둔 고별 콘서트도 아니었고, 군입대로 팬들과 이별해야 하는 멤버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여덟 청년은 왜 팬들 앞에서 통곡하듯 눈물을 흘렸을까.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선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두 번째 월드투어 ‘마니악(Maniac)’의 포문을 여는 서울 공연이 열렸다. 그룹으로선 2년 5개월 만에 팬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노래하는 오프라인 단독 콘서트이자 지난달 여섯 번째 미니앨범 ‘오디너리(Oddinary)’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뒤 처음 여는 공연이었다. 3회 콘서트 총 1만5,000석의 티켓은 예매 시작 직후 매진됐고 사흘 공연 중 마지막 날인 1일은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은 팬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스타디움 급의 대규모 공연은 아니지만 공연장의 열기는 지난 팬데믹 2년여간 급성장한 스트레이 키즈의 인기를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에 폭발적인 군무로 ‘마라맛’이라 불리는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공연 초반부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스트레이 키즈를 직접 만날 수 없었던 팬들은 귀를 찌를 듯한 함성과 박수, 클래퍼(종이를 접어 만든 부채처럼 생긴 응원도구) 소리로 환호했다. 마스크만 제외하면 팬데믹 이전의 공연장과 다를 바 없었다. 멤버 한은 "긴 시간 동안 무엇도 못하다가 하는 콘서트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록, 팝, 발라드를 아우르는 폭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자랑하듯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4인조 록 밴드와 함께한 곡들이었다. 묵직한 힙합과 쇳소리 가득한 하드록이 결합한 사운드는 이들을 여타 보이밴드와 차별화시키는 대목. 정규 2집 앨범 ‘노이지(NOEASY)’ 수록곡 ‘소리꾼’으로 시작해 ‘도미노’ ‘신(神)메뉴’ ‘야야야’로 이어진 중반부 공연에선 통일성 있는 군무와 자유분방한 안무를 함께 선보이며 자신들이 왜 방탄소년단의 뒤를 잇는 글로벌 K팝 스타인지 보여줬다.
데뷔 5년차인 스트레이 키즈는 4세대 보이밴드 중 팬데믹 기간에 가장 크게 성장한 그룹이다. 해외에서의 인지도 상승 속도가 국내 상황을 압도한다. ‘오디너리’를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올린 저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데뷔 때부터 그룹 내 세 멤버로 구성된 프로듀서 팀 ‘쓰리라차’가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멤버들이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점 때문에 창작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2년여 만에 열린 이번 서울 공연은 창작자이자 퍼포머로서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을 보여줬다. 앞서 방탄소년단, 슈퍼엠에 이어 한국 가수로는 세 번째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오디너리’에 대해 영국 유력 음악전문지 NME는 “스트레이 키즈처럼 빠르고 위엄 있게 이 분야를 점령한 가수는 드물다”면서 “특별한 열정과 위트, 성장을 보여주는 새 앨범은 이들에게 있어서 우아한 진일보”라고 호평한 바 있다. 스트레이 키즈는 1일 공연에서 빈틈 없는 실력을 보여주면서도 위트 넘치는 진행과 진심 어린 소통으로 팬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함께 선물했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스트레이키즈의 두 번째 월드투어 '마니악(Maniac) 공연모습.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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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려 1시간 이상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선 멤버들이 한 명씩 속내를 드러내며 눈물을 쏟아냈다. 리더 방찬은 11년 전 14세 때 호주에서 홀로 옮겨 와 7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너무 어린 나이에 다 두고 와서 적응하려다 보니 감정이 없어진 것 같았어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죠. 저를 빼고 모두 (연습생에서) 잘린 시기도 있었어요. 무척 외로웠어요.”
지난해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려 수개월간 활동을 중단했던 현진은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팬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팬 여러분에게 나라는 존재가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찬처럼 호주에서 살다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필릭스는 1시간 가까이 오열하며 눈물을 멈추지 않아 관객들을 울고 또 웃게 만들었다.
스트레이 키즈는 이날 앙코르 무대까지 예정된 28곡을 모두 소화하고도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복서’를 추가로 부르며 장장 4시간이 넘는 공연을 마쳤다. 이들은 내달 일본으로 건너가 고베와 도쿄에서 공연한다. 이후 7월 말까지 미국 뉴어크, 시카고, 애틀랜타, 포트워스, 로스앤젤레스(LA), 오클랜드, 시애틀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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