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공매도'라는 투자기법은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용어다.
주가가 하락할 것 같은 주식을 고르는 것,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가망이 없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공매도 성공의 열쇠다.
반대로 확실한 정보나 분석 없이 공매도에 나설 경우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손실이 가능하다.
지난해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한 미국의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이 좋은 예다.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톱이라는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의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분석을 내렸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예측하지 못했다.
개미 투자자들의 반격에도 공매도 포지션을 고수했던 멜빈 캐피털은 존망의 위기까지 몰렸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시장 분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멜빈 캐피털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자산은 반 토막이 났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역행할 경우 국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첫 의회 연설에서 "절대 미국이 지는 쪽에 걸지 말아라. 미국이 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민주진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힌 뒤에 꺼낸 이야기였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 서 있는 국제 사회에 대해 '미국과 반대편에 서지 말라'는 분명하고 확실한 충고 메시지로 들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실제로 국제사회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멀어졌던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본격화했다.
특히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분위기는 명백해졌다.
국제사회는 급속도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의 '비민주진영'으로 재편됐다.
문제는 한국의 판단이다.
한국은 사태 초반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 동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전략·비전략 물자에 대한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해 발표한 인터넷 질서 구축을 위한 선언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이번 선언에 유럽을 비롯해 일본, 호주, 대만 등 60여 개국이 동참했지만, 한국은 명단에서 빠졌다.
외교부에 이유를 문의해보니 '인터넷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해 내부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유럽과 일본 등은 인터넷 산업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있더라도 영향 따위는 검토하지도 않고 미국이 주도한 선언에 무작정 동참한 것이라는 뉘앙스다.
차라리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 편을 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과거 발언이 더 솔직하게 들리는 느낌이다.
물론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내부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외교부의 주장을 국제사회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어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공매도 헤지펀드 고객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도 맡긴 돈만 날릴 뿐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 편'과 다른 쪽에 선 것으로 오해를 받는 국가의 국민은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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