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설치된 검수완박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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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법조계에서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 ‘동일성’ 규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통과된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의 결정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중재안은 이를 ‘별건 수사 금지’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과 아동 등 취약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검수완박법의 치명적 독소조항”이라며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 못 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범의 휴대전화에서 아동성착취물이 발견되어도, 중고나라 사기 사건에서 100명의 피해자를 더 확인해도,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수사하다 주범을 발견해도 역시 검찰은 수사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이 밖에도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더라도 진범은 수사 못하며 절도범이나 연쇄살인범이 여죄를 자백해도 수사하지 못한다고 했다. 마약 투약범이 제조·유통 조직을 알려준다고 해도 수사하지 못한다.
피해사실이 추가로 발견되거나 피의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나 참고인이 의문의 죽음이나 보복범죄를 당해도 검찰은 수사하지 못한다”며 “도박사범이 사기도박 피해자로 밝혀져도 수사 못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건 경찰에서 새로 수사해도 된다고 하시는 분, 지금도 고소인 조사가 6개월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범죄자 증거인멸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대검 형사부도 27일 동일성 조항을 두고 “범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혐의를 포착한 즉시 강제수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사는 경찰이 보내준 내용 안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며 “직접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설령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가 지연된다고 해도 검찰의 통제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고도 했다.
여야 양당은 전날 논의를 거쳐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일방 처리 강행으로 회의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수정사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합의 이전의 조항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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