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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文 “윤석열, 다른 당 후보로 대통령 당선… 참 아이러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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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대담서 소회 밝혀...마지막 靑기자 간담회도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했던 분이 야당의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게 결과적으로 이상한 모양새가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을 2주여 앞두고 가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과 조국 전 법무 장관에 대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 한동훈 후보자 평가

문 대통령은 이날 JTBC가 중계한 손석희씨와의 대담에서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 “당시 윤석열 검사는, 윤석열 서울지검장은 아주 결기 있는 강골 검사로서 희망이 높았다. 그래서 검찰총장 후보 추천 군에도 들어와 있었고 거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고 했다. 또 “서울지검장 시절에 이뤄지고 있던 검찰개혁 단계에서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개혁이란 면에서도 조국 장관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강력하게 수사한 이유에 대해선 “그 당시 흐름을 주도한 게 차기 대통령(윤석열)이기 때문에 제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며 “검찰로서는 범죄 단서가 있으면 수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교로운 부분이 많아서 그게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아직은 단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 대통령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됐다”며 “그분(윤석열)의 발탁이 문제였나, 그분을 우리 편으로 했어야 됐었나, 모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한 것에 대해 진심이었냐고 묻자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역대 정부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른바 대통령 주변에 특수관계자나 청와대 인사나 정부 인사, 이런 사람들이 부정한 금품을 받고 정권을 농단한다든지 부당한 이권, 특혜를 준다든지 이런 일이 전혀 없었지 않았느냐”며 “아직 재판 중이지만 그것도 직권 남용했다는 수준”이라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 원전 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도 “하여튼 걱정된다”며 “모든 제도는 다 이유가 있다. 나름대로 복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지명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반드시 막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표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을 통한 국민 피해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 국민을 얘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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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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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대선 패배에 대한 소회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해선 “그 사람, 그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들은 마음이 아프다”며 “그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이 되고 하는 바람에 그런 상황이 된 것이라,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을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보낸 이유에 대해서도 “검찰개혁의 적임자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1월 “조 전 장관에게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등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며 “지금은 원론적으로 답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그분들에 대한 사면이 사법 정의에 부딪힐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에 대해선 “우리 정부에 대한 평가가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그 점은 인정하지만 억울한 점도 있다”며 “저는 한번도 링 위에 올라가지 못했다. 입도 뻥긋 못 했는데 마치 선거 졌다 이렇게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대선은 선거가 지나치게 비호감도, 네거티브적인 선거였다”며 “민주당 후보가 가진 강점인 정책 등 우위점이 묻혀버린 결과가 됐다”고 했다.

◇검수완박, 부동산정책에 대한 입장

부동산 폭등, K방역 실패, 인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져가며 방어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 중에는 우리의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폭에 속한다”며 코로나 이후 풍부해진 재정 유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 정부에서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이 30명이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사례 많다는 게 특별히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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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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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렇게(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가야 할 방향이며, 이 부분을 민주당이 더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화가 일단 문제다. 검찰이 덮고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길이 없다”면서 “정치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기 쉬운 검찰에 대한 민주주의적으로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검수완박을 강력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의견을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추가 질의에도 “그래도 말하지 않겠다. 국회 현안에 개입해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가 충분히 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담 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회에서 가능하면 합의하에 처리가 되면 더 좋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의 합의가 저는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만 늦춘 것일 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 법안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중재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재안대로 법이 통과되면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사건 등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법안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의 입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중대범죄수사청이 만약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수사검사와 수사관들의 수사 능력, 검찰 일부 특수 수사 능력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여야 합의안에 반발해 또다시 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퇴임 후 삶은...

문 대통령은 5월 9일 오후 6시 청와대를 떠나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10일부터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한 것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하루 일찍 청와대를 나와야 하는 상황을 ‘신구 권력 갈등’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신구 정권 간 갈등이란 표현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선 “혹시라도 청와대 역사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와대의 시간을 끝낸다고 한다면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에는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 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며 “평범한 시민으로서 가보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 데 찾아가서 먹기도 하는 등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루에 한 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 고마워서 인사하는 시간 가졌었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계획”이라며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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