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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전쟁 충격 세계경제 ‘고물가·부채심화·식량난’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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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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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크라이나의 논에서 곡식을 거둬들이는 모습. 유엔식량농업기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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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세계 경제에 고물가·식량난·부채 위험이라는 3중고를 안기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친 탓에 이같은 고통은 신흥국, 취약국가부터 건드리는 모습이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최근 3개월 만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했다. 세계은행은 1월 전망 4.1%에서 4월 3.2%로, IMF는 같은 기간 4.4%에서 3.6%로 전망치를 내렸다. IMF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의 상당한 둔화에 일조하고 있다”면서 “많은 나라가 러시아와 상업적 관계를 단절하고 있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마저도 전쟁 초기 상황을 전제로 한 전망치여서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고물가와 식량난은 당장 각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에너지·곡물 공급 비중이 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자재 수급마저 불안해지면서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7%로, 신흥국은 8.7%로 상향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보다 강하게, 그리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펴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시장에선 우려하고 있다. 공급 충격으로 전세계 물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올해 전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3%를 뛰어넘을 지도 관심사가 됐다.

특히 곡물 가격 급등은 밥상물가를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다. 저소득 국가의 경우 가계 소비의 60% 가량이 식품에 집중돼있다. 옥수수 가격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곡물가격 폭등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가공식품 인상 충격을 시작으로 사료값 인상에 따른 육류, 유제품 인상 가격까지, 밥상물가 도미노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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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GDP대비 부채 비중. IMF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각국의 부채 문제도 위험이 높아졌다. IMF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부채를 모두 합친 전세계 부채는 코로나 첫해인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급등했다. 증가분의 절반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돈을 푼 데 따른 정부부채다.

이같은 확장 재정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둔화할 우려가 있고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까지 무거워지는 것은 향후 부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세계은행은 “중·저소득 국가들의 부채위기 문제가 금년에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경제 기반이 약한 취약국가에서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대규모 시위 등 불안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하에서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외 부채 확대, 지나친 감세와 과도한 자국 화폐 발행 등 재정 정책 실패 등이 겹치면서 자국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스리랑카는 인도와 중국 등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상태로, 19일(현지시간)부터 6일간 본격적으로 IMF와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한다. 페루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학생 등이 물가 상승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IMF는 “코로나19 기간 부채는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른 경기 침체 초기보다 훨씬 빠르게 축적됐다”며 “부채 문제를 질서 있게 해결하고 불필요한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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