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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공방 속 ‘망 사용료 法’ 계류… 연말까지 심사 밀릴 수도

조선비즈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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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공방 속 ‘망 사용료 法’ 계류… 연말까지 심사 밀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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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로고 앞에 부러진 이더넷 케이블이 놓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앞에 부러진 이더넷 케이블이 놓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당분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 이후 여야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가 파행된 탓이다.

19일 과방위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3시로 예정된 2소위의 개최 여부와 상정 안건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2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앞서 국회 상황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수청문회 일정을 이유로 회의를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 측의 검찰 수사권 폐지, 공영방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가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관 인사청문 요청안이 접수돼 있는 상황이라 법안 심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심도 있는 법안 심의를 위해 긴급한 현안이 해결된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소위를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애초 2소위에서는 ‘넷플릭스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으로 불리는 6개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김상희·이원욱, 국민의힘 김영식·박성중,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들 법안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거나, 지불하지 않으면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을 계기로 마련됐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낸 뒤 1심에서 패소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해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어 망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CP도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ISP 가입자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을 내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나고,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소위 개최를 앞두고 딘 가필드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과 과방위 여야 의원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며 관련 입법 활동 저지에도 나섰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이 지난 2021년 11월 3일 방한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는 모습. /뉴스1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이 지난 2021년 11월 3일 방한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는 모습. /뉴스1



전 세계 통신업계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사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해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단체인 통신사업자연합회도 망 사용료 강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국회의 움직임이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을 해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발간한 ‘2022년 각국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입법부의 노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USTR은 또 “일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통신업체)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미국의 콘텐츠 사업자가 이들에게 망 이용료를 지급하면 경쟁사가 이득을 얻는 상황이 된다”고도 했다.


ISP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제프 휴스턴 에이피닉(APNIC) 최고과학책임자는 이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전 세계 인터넷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오늘날 통신사들은 모든 걸 통제하던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다”며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남은 자산은 가입자 회선뿐이다”라고 했다.

여야의 정쟁 국면이 길어져 전반기 국회가 그대로 마무리되면 과방위의 법안 심사 일정은 상당 기간 밀릴 것으로 보인다. 5월 또는 6월부터 하반기 국회가 시작될 경우 상임위 재배치로 과방위원 상당수가 교체되는데, 그렇게 되면 과방위원장과 여야 간사 선임과 회의 일정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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