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훈련하는 시간마저 즐거워"…올해 첫 실외경기 2m30으로 우승
'스마일 점퍼' 우상혁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스타'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세계 상위 랭커들의 경쟁 무대인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라이벌들과의 신나는 경쟁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우상혁은 19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종별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일반부 결선에서 2m30을 뛰어 우승했다.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 2m36보다는 낮았지만, 올해 첫 실외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우상혁은 이날 단 한 경기만 국내에서 치르고 곧 국외로 떠난다.
그의 다음 무대는 세계 상위랭커들이 출전하는 '육상 시리즈'인 다이아몬드리그다.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하며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10년 전부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경기를 유튜브로 보며 저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자 높이뛰기 '빅3'로 입지를 다진 우상혁은 이제 5월에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에 초청받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올해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우상혁이 처음 출전하는 다이아몬드리그 대회는 5월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출전자 명단은 무척 화려하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2m37을 뛰어 공동 1위를 차지한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가 출전을 확정했다.
도쿄올림픽에서 2m35로 4위에 오르고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34로 우승한 우상혁도 당당히 도하 대회가 주목하는 '우승 후보'다.
올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바심은 불참했고, 탬베리는 2m31로 3위를 한 뒤 우상혁에게 "오늘은 네가 챔피언"이라고 축하 인사를 건넨 바 있다.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공동 1위 바심(오른쪽)과 탬베리 |
바심은 현역 최고 높이뛰기 선수다.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한 바심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바심은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심은 2m43의 역대 2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은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가 1993년에 세운 2m45다.
탬베리는 2016년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고,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의 최고 기록은 2m39다.
우상혁은 "당연히 바심과 탬베리를 이기고 싶다"며 "내가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탬베리보다 좋은 기록을 냈다고 해서 그를 넘어섰다고 말할 순 없다. 바심과 탬베리는 정말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예우했다.
일단 그는 바심, 탬베리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자체를 즐길 생각이다.
우상혁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수끼리 경쟁하면 승리와 패배를 반복한다. 다이아몬드에서는 내기 이길 수도, 바심이나 탬베리가 이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서 그들을 이기는 것"이라며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향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겨냥한 큰 그림도 그려놨는데,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웃기도 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우상혁은 확실한 우승 후보가 됐을 때 '구체적인 목표'를 드러낼 생각이다.
바를 넘는 우상혁 |
기록이 오르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면서 우상혁은 높이뛰기를 더 즐기게 됐다.
우상혁은 "세계실내선수권대회를 집중해서 준비한 시간이 100일 정도다. 그런데 그 시간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며 "유진 세계선수권도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준비 기간이 지루하거나 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훈련이 즐겁다"고 했다.
사실 우상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뒤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김도균 한국 육상 수직도약코치와 만나 마음을 다잡았고,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이제는 경기를 즐기고, 훈련하는 시간마저 즐겁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의 유쾌한 모습에 팬들은 환호하고 응원한다.
우상혁은 "많은 분이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씀하신다. 그 덕에 더 기분 좋게 경기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아직 군인 신분인 우상혁은 "국군체육부대와 대한육상연맹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기분 좋게 생활하고 있다"며 "군인으로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사인해주는 우상혁 |
'실외'로 나온 우상혁의 표정은 더 밝았다.
그는 올해 2월 체코에서 2m36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3월 20일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실내경기'에서 거둔 성과다.
그러나 우상혁은 "나는 '방목'을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웃으며 "오늘 올 시즌 처음으로 실외 경기를 했다. 탁 트인 공간에서 경기하니까, 바도 낮아 보이고 기분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고달픈 식단 조절에도 성공, 키 1m88㎝의 큰 키에도 68㎏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우상혁이 올 시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7월 유진 세계선수권대회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실외'에서 경기한다.
'실외 경기인 만큼 7월과 9월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우상혁은 밝은 표정으로 "세계실내선수권에서 우승했으니, 실외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야죠"라고 답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역대 최고 성적인 도쿄올림픽 4위와 한국인 첫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의 기념탑을 세운 우상혁은 세계육상선수권 최고 성적(경보 남자 20㎞ 김현섭 3위)과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 획득도 노린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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