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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검수완박땐 범죄자 천국” 국정농단 수사 검사도 文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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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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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수사 및 공소유지를 했던 현직 검사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수완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안의 통과는 우리 사회에 도래할 범죄자 천국의 전주”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지형 수원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는 18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요즘 논의되는 소위 검수완박 논의를 보며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옛말에 틀린 것이 없어 몸서리가 쳐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고 이후 공소 유지를 담당했다. 그 이전에는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 뇌물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이 부장검사는 “그동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방해하는 정치권력의 민낯과 비정함을 있는 그대로 보았고, 그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영달하는 일부 정치검사의 준동을 피부로 경험했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고질병인 ‘엽관제’와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어 누구라도 함부로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받아내자는 자긍심으로 3년을 버텼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기소 이후 지휘부가 모두 사직하고, 저희 팀 검사들은 제주·광주·부산 등 먼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서도 사명감 하나로 함께 3년간 생사고락을 같이했다”며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검사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수록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반격은 법과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어 이제는 힘이 든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급기야 건전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함에도 자신들에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검사에게 아예 칼을 빼앗아 버린다며, 자신들의 직무범죄이든 반대파의 부패범죄이든 강력살인 범죄이든 검사의 칼날이 미치지 않은 채 증발해도 상관없다는 엽기적 태도에 허망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을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그래서 대통령님께 호소한다”며 “검수완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안의 통과는 우리 사회에 도래할 범죄자 천국의 전주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 국회 내에서 최소한의 양심이 발동되기를 기대하지만 너무 실낱같은 희망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 대의민주주의와 국회를 빙자한 정치 세력을 견제해 대한민국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분은 결국 현직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행정부의 정점에 있으신 대통령님께서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국가로 존립할 수 있도록 헌법상 부여된 (법률안 거부권) 권한을 올바로 행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퇴임하시는 순간까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한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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