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이슈 재점화…업무 일임받은 하이브 어떤 결정 내릴까
'순회 복무'땐 완전체 활동 차질…비슷한 시기 입대도 쉽지 않아
그래미 시상식 도착한 BTS |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관련 이슈가 재점화하면서 멤버들로부터 관련 업무를 일임받았다는 하이브의 선택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는 최근 걸그룹, 웹툰, 웹소설, NFT(대체불가토큰) 등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사실상 '올인'하는 모양새를 보여왔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 의존도가 상당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가요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기간에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병역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은 간담회에서 병역 관련 질문에 "최근 몇 년간 병역 제도가 변하고 있고 (적용)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멤버) 본인들의 계획을 잡는 부분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답변이 나오자 취재진은 물론 기사로 접한 가요계 관계자들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하이브는 관련 질문에 '때가 되면 갈 것'이라거나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는데, 이날은 작심한 듯 구체적인 속내를 털어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서가 아니라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대규모 콘서트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리 준비한 듯 내놓은 발언이어서 파장은 더욱 컸다.
이 CCO는 "아티스트는 현재 병역과 관련한 업무를 회사에 일임한 상태"라며 "병역에 대한 논의가 이번 국회에서 정리됐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하이브가 공식 입장으로 국회에서의 병역법 '정리'를 언급한 것이나, 멤버들이 관련 업무를 회사에 일임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 또한 모두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당사자가 때가 되면 알아서 간다는데 '장외'에서 병역 이슈를 떠들어대는 그림이었다면,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소속사가 직접 이슈 한복판으로 뛰어든 모양새가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현행 병역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병역법 시행령에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로 대중문화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 분야 스타들은 국위 선양에 공을 세우면서도 예술·체육요원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가요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대중문화 스타가 병역 특례를 받으려면 시행령만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병무청이 지난해 11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기에 공은 병역법 개정을 논의 중인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멤버들로부터 병역 이슈 관련 업무를 일임받았다는 하이브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아 이 CCO의 말처럼 '유익한 결론'이 나도록 정부 혹은 국회를 설득하기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병역 이슈는 '변수'가 아니라 언젠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수'였기에 하이브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레이블을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등 다음 먹거리 발굴에 공을 쏟아왔다.
하이브 로고 |
하이브는 당장 다음 달 방시혁 의장이 직접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대형 걸그룹 르세라핌을 내놓는다. 인기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은 물론 '프로듀스48'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허윤진이 포함된 팀이다.
또 이미 방탄소년단·엔하이픈·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소재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였고, 올해 중으로 게임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희진 대표이사가 이끄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는 신규 걸그룹 론칭을 위한 글로벌 오디션을 예고했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산하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와 손잡고 글로벌 여성 팝 그룹도 발굴할 계획이다.
하이브는 이 밖에도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합작 법인을 통해 NFT 사업에도 진출했다. 르세라핌 데뷔를 앞두고 팬들에게 멤버 사진을 '디지털 기념품' 형태로 소장하게 한 것은 본격적인 NFT 사업을 염두에 둔 '맛보기'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처럼 하이브가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지분'이 막대한 점은 고민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천560억원이었는데,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속한 빅히트뮤직의 매출이 3천97억원으로 24.7%를 차지했다.
그러나 빅히트뮤직이 지난해 7월 물적 분할돼 하반기 실적만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방탄소년단의 실제 비중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로부터 병역 관련 문제를 일임받은 하이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병역 특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다른 그룹의 전례를 봤을 때 나이 순서대로 멤버 한두 명씩 '순회 입대'하면 완전체 활동은 최소 6∼7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하이브가 지금까지 공식적인 솔로 활동 없이 7인 완전체 활동을 중시해 온 점도 변수다. 입대가 시작된다면 이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야 남은 멤버들로 팀 활동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멤버 전원이 비슷한 시기 입대하는 선택지를 주목하기도 하지만, 모든 멤버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멤버 간 나이 차가 최대 5살이 난다는 점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입대와 관련한 방탄소년단의 활동 계획을 두고 "현재로서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