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고 전세계 아미들을 만났다. 하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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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메시지가 현실이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에서는 ‘다양성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꾸준히 말해 온 BTS의 말처럼, 다양한 인종, 성정체성, 생김새를 가진 약 5만 명의 팬들이 BTS로 하나가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간 BTS는 정치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침묵을 깨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BTS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의삶은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한화 12억 상당의 금액을 기부하며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한편,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해왔다. 리더 알엠은 2018년 유엔 총회을 비롯한 공식석상에서 “여러분이 누구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시기 바란다. 여러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시기 바란다”고 말해왔다. 2019년에는 BTS를 본뜬 캐릭터 ‘BT21’의 성별을 묻는 질문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성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BTS 콘서트장을 찾은 린지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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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를 맞은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공연장 앞에서는 BTS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팬들은 좋아하는 옷을 입고, 하고 싶은 액세서리를 하는 등 자신을 숨기지 않은 채 이곳에 왔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온 린지는 스스로 바이섹슈얼이라고 밝혔다. 그는 “BTS는 수많은 단점이나 실수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나를 단단히 오해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내게 가르쳐 줬다”고 했다.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의 메시지는 단순히 스스로를 감내하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신을 표현하라는 말로 다가왔다고 한다. 린지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BTS처럼 공개적으로 모든 성정체성을 가진 팬들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아티스트는 드물다. 노래 가사나 발언에서 매번 성중립적 표현을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모든 젠더의 팬들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것이 인상깊다”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위치를 지키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얼마나 쉬운 것인지 안다. BTS의 발언들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홍색으로 옷을 맞춰입은 딜런(왼쪽에서 네 번째)과 그의 친척 등 7명 일행. 왼쪽부터 차례대로 디드렐, 디오젤, 데이넬, 딜런, 헤이즐, 저스틴과 크리스. 오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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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일행은 7명이 함께 분홍색으로 옷을 맞춰입고 콘서트장에 왔다. 샌디에이고에서 새벽 1시에 일어나 운전하고 온 디드렐, 데이넬, 딜런, 헤이즐, 크리스, 디오젤은 친구 저스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촌, 사돈 등으로 엮인 일가 친척이다. BTS를 함께 좋아하기 전에는 이렇게 서로 가깝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으로 BTS에 빠지게 된 크리스는 “BTS는 내게 통합(unity)과 함께함(togetherness)을 의미한다. BTS가 우리를 진정한 가족, 하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년 가까이 BTS를 좋아한 디오젤과 디드렐부터 시작해 온 가족이 BTS에 ‘전염’되면서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다. 딜런과 데이넬이 BTS의 ‘작은 것들의 시’ 뮤직비디오처럼 옷을 함께 입자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번 콘서트에도 함께 왔다. 헤이즐(44)은 “BTS는 다른 장르, 다른 연령,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하나로 만든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딜런(14)은 “BTS는 모두를 위한(universal) 아티스트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팬들이 BTS를 보기 위해 한 곳에 모였다. 다른 세계를 만드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모녀관계인 딜런과 헤이즐은 한 세대나 차이 나지만 BTS에 대한 애정을 공유한다. 이들 일행은 필리핀, 멕시코, 남미 등 각자 다른 출신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전날 알엠은 콘서트 첫 공연을 마친 뒤 브이라이브에서도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지만 BTS는 단순히 일곱 소년에 대한 게 아니라 아주 거대한 물결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미의 존재를 잘 모른 채 지나친다. 다른 인종, 다른 젠더의 너무 여러 사람들이 의미있게 BTS라는 이름에 관여하고 있다.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바깥에 설치된 한국관광공사의 부스에서 BTS 팬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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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만 명의 팬들은 이날 공연장 주변에 마련된 부스에서 공통의 체험을 하기도 했다. 삼양이 설치한 불닭볶음면 이벤트 부스와 한국관광공사의 한복 체험 부스에는 전날에만 수천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이날도 부스 종료 시각인 오후 4시까지 부스 앞에 기다리는 줄이 이어졌다. 한국의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팬들은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채 다함께 BTS를 외치고 응원봉을 흔들었다. 인근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공연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팬들도 현장 객석에 함께 앉아있는 것처럼 파도타기를 함께 했다.
BTS는 이날 ‘불타오르네’, ‘쩔어’, ‘DNA’, ‘블루 앤 그레이’ 등의 곡을 차례로 부르며 공연의 문을 열었다. 알엠은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세워진 기적의 도시인데, 지금 이렇게 우리가 함께 있는 것도 기적같다”며 “아미와 방탄소년단이 함께면 사막도 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BTS는 지난달 10일 서울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솔로곡, 유닛곡을 제외하고 7명이 모두 함께 무대에 오르는 곡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이날 진은 지난달 다친 손가락 때문에 팔에 깁스를 한 채 무대에 올라 일부 곡의 안무에만 참여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왼쪽부터 정국, 진, 슈가, 뷔, 지민, 알엠, 제이홉. 하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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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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