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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리그 노리는 '베트남의 메시'…박항서 매직 흔들릴까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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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트남 축구 스타 응유옌꽝하이(오른쪽)가 박항서 감독의 고향인 산청을 찾아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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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88] 베트남에서 이 선수를 보는 감정은 우리가 손흥민을 보는 그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두 선수의 절대적인 레벨에는 분명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감정은 주관적입니다.

베트남 축구팀의 공격수 응우옌꽝하이는 현시점에 베트남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왼발을 주로 쓰는 그는 강력한 킥력으로 종종 '원더골'을 만들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의 메시'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의 전성기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재임 시기와 겹칩니다. 그래서 박항서 감독의 찬란한 업적을 보면 응우옌꽝하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항서 신드롬의 시발점이 되었던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당시를 보겠습니다. '박항서호 베트남'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었던 이 리그에서 23세 이하의 젊은 베트남 선수들은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태어나서 눈을 처음 맞아보는 베트남 선수들이 폭설로 경기가 중단됐던 결승전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바로 그 대회입니다.

이 당시 박 감독은 낙담한 선수들을 향해 "절대로 고개 숙이지 마라. 최선을 다한 너희들은 베트남의 영웅이다"라는 말로 일약 베트남의 전설로 떠오릅니다. 당시 응우옌꽝하이 이 대회에서 무려 5골을 몰아넣으며 베트남의 결승행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해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응우옌꽝하이 활약은 빛났습니다. 당시 박 감독은 팀을 4강으로 이끌며 베트남 전역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고 갔죠. 베트남은 예선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꺾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결승골을 넣은 것은 응우옌꽝하이였습니다.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작렬시키며 승리 일등공신이 됐죠.

베트남에 우승컵을 안긴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도 그는 3골을 몰아치며 박항서호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아쉽게 1대3 역전패를 허용했지만요.

그런데 '베트남의 메시' 응우옌꽝하이가 베트남 리그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베트남 하노이FC의 슈퍼스타였습니다. 계약이 이달부로 만료되는데 새로운 도전을 위해 팀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지난 4일 열린 FC하노이 경기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화제를 끌었습니다.

그는 유럽의 일부 팀과 일본, 한국 팀에서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디로 갈지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리그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봅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2부리그 파리FC와 연결됐다는 추측도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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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팬들이 지난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30회 동남아시안게임(SEA) 결승전에서 박항서 감독을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팀은 이날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대0으로 꺾고 1959년 대회 창설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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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응우옌꽝하이의 거취가 공중에 붕 뜨면서 박 감독의 전력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박 감독은 다음달 베트남 U-23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안(SEA)게임 출격에 나섭니다. 이번 대회는 박 감독의 U-23 은퇴 경기입니다. 그는 이 대회까지만 U-23팀을 이끌고, 이후 지휘봉을 한국 출신인 공오균 전 서울 이랜드 코치에게 넘겨주기 때문입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가대표팀만 전담합니다. 젊은 선수들를 이끌고 가는 마지막 경기에서 박 감독은 아마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을 것입니다.

박 감독은 응우옌꽝하이를 놓고 종종 "그의 자리에서 대체가 힘든 선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오른쪽 포워드로 주로 출장하며 왼발로 공간을 좁히면서 돌아 들어오는 그만의 전략은 동남아 팀을 상대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가 대회를 앞두고 새 팀에 들어가거나, 혹은 새로운 팀을 여전히 물색 중이라면 대표팀에 발탁해 경기를 뛰게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박 감독은 아직 와일드카드 선수 3명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응우옌꽝하이가 최종적으로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제외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응우옌꽝하이의 해외 진출이 성공적인 결말을 맺을지도 관심사입니다. 과거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공격수 응우옌콩푸엉은 벨기에 1부리그 신트 트라위던 VV로 임대되면서 베트남 선수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동안 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치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국가대표팀 안에서의 활약만 보면 응우옌꽝하이의 활약이 응우옌꽁푸엉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가 유럽 진출에 성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요.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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