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 불필요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조선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줄곧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배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사저널이 8일 보도했다. 특히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미·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당시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는 “삶은 소대가리” 등 막말 비난을 퍼부었지만 트럼프에게는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서한을 보낸 점도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김정은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을 입수·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I hope to discuss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directly with Your Excellency, not with President Moon Jae-in of South Korea, in future and I think the excessive interest President Moon is showing as now in our matter is unnecessary)고 했다.
이어 “만일 각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폼페이오(미 국무장관)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평양으로 보내달라”면서 “비록 많은 사람이 현재의 상황과 두 나라 사이의 비핵화 논의 등에 회의적이지만 각하에 대한 나의 확신과 존경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 친서를 발송하기 불과 사흘 전인 9월 18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을 하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는 문 대통령을 뺀 북·미 양자 간 논의를 요구한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한에는 남·북한과 미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의 성사 과정도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29일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지금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가고 있는데 내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시간과 장소는 ‘오후 3시 30분, 남측 지역 평화의 집’으로 못 박았다. 실제로 두 사람은 이튿날 오후 3시46분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만났다.
김정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고받은 서한 내용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쓴 책 ‘격노(Rage)’에 일부 담긴 바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구체적 언급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명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