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 |
(서울=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이다. 공직을 그만둔 뒤 법무법인에서 받은 월 3천500만 원 수준의 고액 보수와 통상분야 고위직에 있으면서 외국 기업에 주택을 임대한 것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인사청문준비단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송곳ㆍ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쳤다. 이명박 정부 때는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무역협회장을 맡았다. 진보ㆍ보수 등 정권의 색채와 무관하게 중용됐다. 능력이나 자질 면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역대 정권에서 두루 고위 공직을 맡은 경험이 있어 새 정부가 내건 통합, 협치 측면에서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청문준비단은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책임감 있게 내각을 이끌며 민생과 외교, 안보를 빈틈없이 챙길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주택 임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법무법인 고액 보수 문제로 요약된다. 한 후보자는 무역협회장을 마친 뒤 2017년 12월부터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4년 4개월간 고문을 맡아 18억 원을 받았다. 약 3천500만 원을 매달 받은 셈이다. 법무법인들은 장관이나 차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을 고문으로 앉혀놓고 영향력을 키워왔다. 고질적인 '전관예우' 관행이다. 역대 정권의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도 자주 문제가 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나 변호사 전업 뒤 5개월간 16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6일 만에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때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7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전역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2년 9개월간 9억9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한동안 시끄러웠으나 국방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보자, 황교안 총리 후보자, 김용준 총리 후보자 등도 전관예우 성격의 과도한 보수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한 후보자가 주택을 외국 기업에 임대한 문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의 자회사에 서울 도심에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임대했다. 이 시기는 그가 상공부 국장,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을 거쳐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분야 고위직을 맡았던 때다. 특히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AT&T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도 그 당시 있었다고 한다. 상황만 놓고 보면 공직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 후보자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 외에 어떠한 사적인 접촉이나 관련이 없었다. 당시 업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를 마친 2012년 40억6천73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나 이번 인사청문 요청안에 신고한 재산은 82억6천만 원이다. 10년간 재산을 42억 원 불린 과정도 소명해야 한다.
공직에서 물러난 한 후보자가 사기업에서 받은 대우가 능력과 자질에 맞는 수준이라면 무작정 물고 늘어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로펌에서 매달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던 그가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의 부작용을 거론한 대목은 씁쓸하다. 당선인 측에서는 한 후보자가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과거 진보 정권에서도 요직을 맡았던 만큼 큰 어려움 없이 임명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일단 문재인 정부가 해왔던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7대 기준은 병역면탈, 세금 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이다. 한 후보자의 경우 재산증식 과정 등에 검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은 국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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