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MBC 떠나 OTT 체크인' 김태호PD "시청자가 달라졌어요"

아시아경제 이이슬
원문보기

'MBC 떠나 OTT 체크인' 김태호PD "시청자가 달라졌어요"

속보
이노스페이스 발사체 한빛나노 기립완료…최종기능 점검
OTT 티빙 '서울체크인' 이효리와 맞손
파일럿 인기에 정규 편성
"홍대 인근 공유오피스로 출근"
"콘텐츠 시장 변화 실감"
"가을께 글로벌 콘텐츠 준비"
김태호/사진=티빙

김태호/사진=티빙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MBC(문화방송) 퇴사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지상파에 몸담은 지난 20년보다 최근 6개월간 더 많은 걸 배웠고 성장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에 불나방처럼 몸을 던지겠다며 지상파 울타리를 넘은 김태호 PD가 6일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PD는 2001년 1월 MBC에 입사해 20년 간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 9월 사의를 표한 그는 지난 1월17일 퇴사했다.

사직의사를 밝히고 현업에서 손을 뗀 지 6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예능 '서울체크인'이 열띤 호응을 얻어 정규로 편성됐다.

김 PD는 "홍대입구 근처에 있는 공유오피스에서 조그맣게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퇴사 후 OTT에서 업무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일요일 아침에 시청률 문자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오전 7시면 문자가 왔었거든요. 프로그램의 성과와 평가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매주 방송을 내야 했잖아요. 자신 있게 선보인 콘텐츠도 있었지만, 간혹 준비 부족으로 미흡함이 드러나는 콘텐츠도 있었거든요.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플랫폼 환경 변화를 실감한다는 김 PD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대중을 상태로 콘텐츠를 선보여왔는데, 이제는 명확한 타깃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청층을 공략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더 뽀족해졌달까. 하고 싶은 이야기의 비중과 장르의 자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상파, 온라인, OTT 콘텐츠 모두 시청자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건 똑같잖아요. 본질은 같지만 창작자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OTT가 보다 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도 오갔다. 김 PD는 퇴사를 결심한 배경으로 콘텐츠 시장 변화를 꼽았다. 그는 "MBC를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택한 이유는 시청자와 시장의 변화를 느껴서"라고 말했다.


"중간중간 외부의 유혹도 있었지만 그땐 그 유혹이 달콤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콘텐츠 시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변화를 크게 체험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선택했어요."

달라진 시장 속 연출자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김태호 PD는 "프로그램 덕분에 사랑받은, 해택 본 PD 중 한 명"이라며 "저보다 재능이 많고 열심히 하는 후배 연출자들이 기회를 가지지 못해 안타까워 한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출자 역할에도 충실하겠지만,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 OTT 플랫폼에서 창작자들이 자신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고 멋지게 플레이 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를 향한 전세계 뜨거운 관심 속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에 관해 김 PD는 "K콘텐츠, K컬처 등 'K'라는 수식어를 빼보면 어떨까"라며 "우리 콘텐츠를 작게 보는 말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스토리텔러가 많다. 우리 작품이 미국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일상이 된 문화처럼 느꼈다. 음악, 드라마 장르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논 스크립트 장르인 예능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을 타이밍이 된 거 같아 예능 연출자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동료 PD들과 '무엇이 글로벌하게 통용될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나누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시장이 바뀌는 자체로 예능 콘텐츠를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K예능 차례다. 김태호 PD는 가을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능이 다른 장르에 비해 어려운 점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더빙 가능한 예능을 해외에서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인상적이였죠. 접근성을 높이면서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동안 OTT 시장에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통용될지 알아가는 단계 아닐까요."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은 제주살이 9년차 가수 이효리가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뒤 보내는 시간을 그린다. 1월29일 파일럿에 이어 정규 편성돼 오는 8일 공개된다. 김 PD는 "저희가 이효리를 선택했다기 보다 이효리가 저희를 선택해준 것"이라며 웃었다.

김태호 PD는 "이효리 자체가 콘텐츠"라며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재미있다. 이게 이효리의 힘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효리가 개인적인 일정으로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동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뜨거웠지만, 제주로 간지 8년이 흘렀다. 서울과 이효리의 간극을 개입하지 않고 리얼리티 형식으로 담으려 한다"고 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고,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공감을 안기고 싶어요. 서울을 살아가는, 또 서울을 찾는 사람들이 누구나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 있잖아요. '서울체크인'을 통해 공감을 얻고 작게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