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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집단학살' 공분…EU, 러 에너지 제재 동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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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추가제재 공언 발맞춰 러 석유·석탄·가스 수입금지 논의

독일 참여 압박 가중…폴란드·발트3국 선제적 제재, 동참 촉구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BP가 운영하는 석유 생산시설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집단학살을 자행한 의혹으로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제재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은 합의를 보지 못했으나 이번 추가 제재 논의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단학살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러시아에 대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제재 방안으로는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나라에 대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 등 에너지, 광물, 운송, 금융 등 분야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EU는 긴급히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은 신규 제재와 명확한 조치의 필요성을 일깨웠다"며 EU 차원에서 러시아의 석유, 석탄 산업을 겨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 8일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EU에도 이 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지만 EU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에 나서지 못했다.

EU 회원국 중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은 러시아 에너지를 직접 겨냥하자고 주장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 제재에서 에너지를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러시아산 에너지가 현재 유럽에는 '필수'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EU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것은 아직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린드너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모든 경제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스 공급을 끊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도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는 러시아보다 EU 회원국에 더 많은 경제적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독일의 태도에 EU 내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에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데 주요 장애물은 독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폴란드는 연말까지 러시아에서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독일 등 EU 국가에 에너지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폴란드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가스 수입도 오는 5월에 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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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이달 초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했다.

라트비아의 천연가스 저장 회사는 4월 1일부터 발트 3국에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리아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할 수 있다"며 다른 EU 국가에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나아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EU의 가장 큰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EU 회원국들은 석탄과 석유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한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상황이라 러시아가 '에너지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미국, 카타르 등 다른 나라를 통해 가스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대체하고 이밖에 재생 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 등의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구상이다.

미국도 EU의 에너지 독립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EU 국가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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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리바이어던 천연가스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U가 천연가스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터키-이스라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이 대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지중해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리바이어던 해저 가스전에서 터키까지 500∼55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터키와 남유럽 국가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EU가 단기간에 대체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 가스의 대안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LNG를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EU는 LNG를 수입해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기반시설과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증가하면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EU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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