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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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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인종-성차별 넘었다지만… BTS는 내년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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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편향 ‘화이트 그래미’ 오명 벗고 주요 부문 흑인-아시아계-여성 수상

세계적 뮤지션들 공연으로 흥 돋워… BTS, 강렬한 무대로 기립박수 받아

2년 연속 후보 올랐지만 수상 불발… 8일부터 라스베이거스서 4차례 공연

동아일보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Butter’로 축하 무대를 꾸민 그룹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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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았어도 미련은 없었다. 아시아 가수의 그래미 첫 수상이라는 역사는 쓰지 못했지만 화려한 축하 공연 무대로 시상식장의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팝 보컬/듀오 퍼포먼스’ 부문 수상에 실패했다. 트로피는 미국 가수 도자 캣과 SZA가 함께 부른 ‘Kiss Me More’에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은 같은 부문에서 지난해 ‘Dynamite’에 이어 올해 ‘Butter’까지 두 번 연속 후보로 지명됐지만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시상식 뒤 브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째인데 슬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007, ‘미션 임파서블’ 연상시킨 퍼포먼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초반, 극적으로 등장했다. 멤버 진이 우주선 관제 센터처럼 꾸민 특설 무대에 등장해 버튼을 누르자 정국이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다. 영화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콘셉트의 ‘Butter’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음악적으로는 미스터리한 느낌의 재즈를 곳곳에 넣었고, 정장 의상과 트럼프 카드 소품을 안무에 활용했다. 마치 라스베이거스에 트로피를 훔치러온 대담한 아시아 스타를 은유하듯 의미심장한 무대였다. 강렬한 군무와 함께 노래가 끝나자 완성도 높은 무대를 향해 현지 팝스타로 꽉 찬 객석은 일동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시상식 중반, 방탄소년단이 앉은 자리에서 미니 인터뷰도 진행했다. 지난해 시상식에는 한국에서 영상으로 축하 무대를 대신했는데 올해는 현장에서 공연하니 어떠냐는 노아의 질문에 리더 RM은 멤버들을 둘러보며 “어때요, 여러분?” 하고 한국어로 물어봤다. 노아는 RM을 향해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며 영어를 익혔다고 하던데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 연습을 했다”면서 우리말로 ‘오징어게임’의 대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읊기도 했다.

○ 흑인, 아시아계, 여성에 무게…달라진 그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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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최우수 신인상’을 비롯해 3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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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백인 음악가, 컨트리와 록 장르에 후해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썼던 그래미는 올해 변화를 보여줬다. 흑인 음악가 존 배티스트가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다섯 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최다 수상자가 됐다. 배티스트는 애니메이션 ‘소울’의 음악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배티스트의 뒤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를 비롯해 4관왕이 된 R&B 듀오 실크 소닉이 이었다. 실크 소닉은 한국계인 앤더슨 팩, 필리핀계인 브루노 마스로 구성됐다.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필리핀계 부친을 뒀다. 흑인, 아시아계, 여성이 종합 부문 4대 본상을 나눠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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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솔 듀오 실크 소닉이 이날 4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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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16년 그래미 수상자이자 2008년부터 그래미 심사위원(투표인단)으로 참여 중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그래미를 주최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의 최고경영자(CEO)로 지난해 흑인 음악가 하비 메이슨 주니어가 오르며 투표인단의 인종, 젠더 구성을 대폭 다변화한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1차 후보 선정부터 투표인단 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선정 과정이 변화하며 객관성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본상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이 트로피를 못 받은 것은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2017년부터 그래미 심사위원을 맡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는 “도자 캣과 SZA의 수상 가능성이 높긴 했지만 한국 문화가 미국 주류로 침투하는 역사적인 시점에 그래미가 이런 흐름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음악적·시각적 황홀경 자아낸 축하 무대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여러 팀의 축하 무대는 반세기 넘은 시상식의 품격을 보여줬다. 피아노, 기타, 드럼을 오가며 꿈틀대는 음악적 재능을 펼친 실크 소닉, 허(H.E.R.), 브랜디 칼라일의 무대는 폭발적이었다.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는 최근 별세한 밴드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를 기리며 ‘Happier Than Ever’를 강력한 록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상과 공연 양면에서 음악성을 중시하는, 시상식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시상식을 그래미가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8, 9, 15, 16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고 현지 팬들을 만난다.

제64회 그래미상 주요 수상자△올해의 앨범: 존 배티스트, ‘We Are’
△올해의 레코드: 실크 소닉, ‘Leave the Door Open’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상: 올리비아 로드리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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