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코스피에서 1분기 12조 주식 순매수
삼성전자에만 절반 이상 투자… 수익률 –11.75%
유진투자증권 “삼성전자 실적 좋지만 전망 글쎄”
외국인 투자자는 금융주 위주로만 담는 모양새
4일 한국거래소(대표 손병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대표 한종희‧경계현) 주식을 6조4458억원 사들였지만, 수익률은 -11.75%를 보였다./사진=삼성전자 |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내 증시가 횡보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대표 한종희‧경계현)를 포함한 대형주에 식지 않은 애정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신통치 않고, 외국인의 경우 금융주 위주로만 쓸어 담고 나머지는 팔고 있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대표 손병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2조205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네이버(대표 최수연), 카카오(대표 남궁훈),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장재훈‧이동석) 등 4종목에만 10조 가까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매수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6조4458억원 ▲네이버 1조1336억원 ▲현대차 1조483억원 ▲카카오 1조39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 우선주도 658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삼성SDI(대표 최윤호) 7757억원, 두산중공업(대표 박지원‧정연인‧박상현) 7231억원, 기아(대표 최준영‧송호성) 6196억원,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에 지갑을 열었다.
수익률은 신통치 않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가 각각 11.75%, 11.52% 떨어졌으며, 네이버와 카카오도 11.36%, 5.78% 하락했다. 크래프톤은 무려 39.57% 하락폭을 보였고, 현대차도 14.83% 내림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수혜주인 두산중공업은 –0.49%로 그나마 양호한 모습을 띄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3000을 돌파한 지난해 1분기 가격과 무관하게 사들이는 ‘패닉 바잉(Panic Buying)’ 양상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매수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매도세로 전환했고, 올 1월부터 코스피 지수가 2600선으로 후퇴하자 3개월간 순매수로 다시 태도를 바꿨다. 낙폭 과대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썩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고경모)은 4일 삼성전자에 관해 “삼성의 기술력과 미래에 관해 물음표가 찍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실적 전망을 조정하는 동시에 목표주가를 8만8000원으로 소폭 하향했다. 다만, 현재 주가는 올해 추정 주가 변동 범위 하단이라는 점에서 2~3분기 중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투자분석가(Analyst)는 ‘삼성전자(005930)’ 보고서를 통해 “부진한 주가로 미래에 관한 의심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3.3%로 코스피(+3.6%) 대비 7% 언더퍼폼(Underperform) 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11.1% 하락해 코스피(-7.4%) 대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라며 “매크로 우려로 경기민감주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견조한 실적과 대비되는 부진한 주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언더퍼폼은 특정 주식의 하락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해당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견이다.
이 투자분석가는 “이쯤 되면 단순히 체계적 위험에 따른 영향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앞으로 전망에 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그는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염원인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제조 전담 생산 전문 기업) 실적 개선은 4 나노 수율 부진으로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고,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은 갤럭시와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경쟁사 인텔(대표 패트릭 겔싱어)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변수일뿐더러 미국의 반도체 대전략이 아시아 의존도 축소로 방향을 튼 것이라면 이는 삼성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황은 올해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를 고려할 때 내년까지 4년 연속 디램(DRAM‧휘발성 기억장치)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5조853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월 순매수로 반짝 전환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시 상황 등 대외 리스크(위험)가 커지자 3월에는 5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동학개미의 구애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외면당하는 모습이었다.
팔아치우는 동안 금융주들은 담았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위 가운데 4개가 금융주였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5841억원,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 5172억원,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 4746억원,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 3423억원 등 총 1조9184억원을 사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이익이 늘어나는 금융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주들은 올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금융이 20.87%로 가장 많이 올랐고, 하나금융 15.10%, 신한금융 12.64%, KB금융 10.55%로 모두 10% 넘게 상승했다.
금융주를 제외하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 주식은 1조1715억원을 순매수한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곽노정)였다. 이어 2위는 9144억원을 사들인 LG화학(대표 신학철)으로 기록됐다. 현대글로비스(대표 김정훈), 삼성엔지니어링(대표 최성안), KT(대표 구현모‧박종욱),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이상균) 등도 각각 6804억원, 2838억원, 2387억원, 1911억원 등을 순매수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각각 11.45%, 14.96%씩 주가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KT와 현대글로비스, 삼성엔지니어링은 19.28%, 13.10%, 12.66%씩 주가가 뛰었다.
한편,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1분기 내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일까지 기관은 총 6조7136억원을 팔았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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