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사기로 9년 복역…‘푸틴의 요리사’로 화려한 등장
소유 기업, 러 정부·학교 사업 독점… 억만장자로 등극
댓글부대로 미 대선 조작 혐의… 대러 서방제재 단골
우크라 대통령 암살 투입된 ‘와그너그룹’ 자금 등 지원
NYT “와그너그룹, 푸틴 그림자 조직”… 러, 관련 부인
소유 기업, 러 정부·학교 사업 독점… 억만장자로 등극
댓글부대로 미 대선 조작 혐의… 대러 서방제재 단골
우크라 대통령 암살 투입된 ‘와그너그룹’ 자금 등 지원
NYT “와그너그룹, 푸틴 그림자 조직”… 러, 관련 부인
2011년 모스크바 인근서 열린 연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두 번째)에 직접 서빙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 AP통신 |
우크라이나·러시아 군사 충돌 소식에 심심찮게 언급되는 민간조직이 있다. 러시아 용병집단으로 알려진 ‘와그너그룹’이다.
푸틴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해 러시아의 이권을 위해 움직인다. 이 조직은 러시아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 드미트리 우트킨이 설립했으나, 실소유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인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그림자 군사조직을 지원하며 푸틴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프리고진은 서방의 제재 대상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절도범에서 억만장자로…푸틴의 그림자 해결사
프리고진은 1961년생으로 푸틴과 같은 고향인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그는 절도·사기 등 혐의로 20세 때인 1981년부터 9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엔 노점에서 핫도그를 팔았다. 2018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은 “당시 어머니가 돈을 세는 속도보다 더 빨리 돈이 모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식료품 체인점을 설립해 부를 축적했고 선상 레스토랑 ‘뉴 아일랜드’를 열었다. 푸틴은 이 고급 레스토랑의 단골이 됐다. 푸틴은 2001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이곳에 초대해 대접했다. 당시 프리고진이 직접 서빙을 하면서 그는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2003년 푸틴의 생일연회도 뉴 아일랜드에서 열렸다. 서방 정보당국들은 프리고진이 이쯤 푸틴의 이너서클에 들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고진 소유의 ‘콩코드 케이터링’은 대통령 취임식 등 정부 행사 학교와 공공기관 급식 공급을 독점하며 성장했고 프리고진은 억만장자가 됐다.
프리고진은 대외적으로 ‘푸틴의 요리사’이면서 비공식적으론 ‘푸틴의 해결사’다. 푸틴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껄끄러운 일을 자금력을 동원해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며 이권을 챙겨왔다.
2018년 리비아와 러시아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빨간원). AP통신 |
이 때문에 그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 명단에 늘 이름을 올린다.
2018년 미 재무부는 프리고진 소유로 알려진 에너지업체 ‘에브로 폴리스’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에브로 폴리스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유전을 보호해주고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의 25%을 받기로 시리아 정부와 계약했다.
그해 프리고진은 댓글부대를 통해 2016년 미국 대선을 방해한 혐의로 미 특검에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미 수사당국은 프리고진의 회사가 러시아 댓글부대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프리고진의 회사들이 2019년 제재를 받게 된다.
2020년 영국과 유럽연합(EU)은 2014년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그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당시 EU은 “프리고진이 유엔의 대리비아 무기수출 금지 결정을 위반하며 와그너그룹을 통해 리비아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진영에 무기를 공급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러시아 인사 47명 제재를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을 위해 투입된 와그너그룹의 후원자인 프리고진도 이에 포함됐다.
프리고진은 해당 혐의들은 물론 와그너그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타스통신 |
◆‘히틀러 추종자’가 주도…분쟁지서 러시아 이권 챙기는 ‘와그너그룹’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주요 병력을 이동하고 있으며 와그너그룹 용병 1000명도 추가 배치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와그너그룹 용병 400명이 젤렌스키 암살 명령을 받고 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와그너그룹 용병이 한 달 새 세배 가까이 늘어 1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군사적 손실을 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투 경험이 있는 용병들을 대거 투입해 손실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전투 수행뿐 아니라 민간인을 학살하고 사유재산을 약탈해 유엔 조사관과 인권단체들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와그너그룹은 네오나치 성향의 러시아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 드미트리 우트킨의 주도로 설립됐다. 이름 역시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트킨은 한 때 프리고진의 경호 책임자였으며 콩코드 그룹의 임원으로 등록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그너그룹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서 주요 임무를 맡으며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한 와그너그룹 용병들. 로이터통신 |
이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시리아, 리비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수단, 말리, 모잠비크 등 분쟁지역에 참가해 러시아를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전투는 물론 때로는 석유와 가스장을 압수하거나 약탈을 자행해 다방면으로 이익을 취했다. 이 때문에 와그너그룹은 푸틴의 ‘비밀병기’로 불린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와그너그룹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와그너그룹은 어디에도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그림자조직”이라며 “그 덕에 러시아는 전장에서 사상자 숫자를 낮출 수 있고 잔학행위를 공식적으로 부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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