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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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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수상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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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대신 ‘도자 캣’과 ‘시저’ 듀오가 수상

방탄소년단(BTS)이 3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 했다. 이날 수상의 영예는 ‘키스 미 모어’로 후보에 오른 ‘도자 캣’과 ‘시저’ 듀오에게 돌아갔다. 대상 격인 ‘올해의 레코드 부문’은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팍이 함께 결성한 ‘실크소닉’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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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BTS가 공연을 하는 가운데 모두의 시선과 함께 멤버 뷔가 이날 신인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자리를 함께 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AP 게티이미지


BTS는 2019년 그래미(61회) 어워즈 시상자 참여를 시작으로 4년 연속 그래미 문을 두드렸다. 퍼포머로는 3년 연속 참여다. 2020년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펼치며 그래미어워즈(62회) 공연 무대를 처음 밟았다. 지난해(63회)엔 단독 공연을 펼쳤고, 2년 연속 같은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끝내 수상의 문턱은 넘지 못 했다.

◇BTS는 흥행용? 그래미 ‘낚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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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각)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참석한 BTS 멤버 뷔가 이날 신인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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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BTS의 수상 여부는 단연 그래미 최대 관심사였다. 본래 그래미 시상식은 ‘제너럴 필즈’로 불리는 4대 본상(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을 위주로 열린다. 총 86개 부문 중 대부분은 본 시상식이 열리기 전 사전 시상식을 통해 미리 나눠준다.

BTS가 오른 부문도 내로라 하는 팝스타가 이름을 올려 주목도는 높지만 본상이 아니다. 지난해엔 사전 시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그래미는 시상 당일 이 부문을 본상 시상식에서 함께 수여한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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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공연에서 BTS 멤버 정국이 하늘에서 이동식 장치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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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도 8~9일 열릴 BTS 현지 콘서트에 맞춰 꾸며진 상태였다. 특히 라스베가스 주 공식 트위터 계정은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직전 시청 청사 전체를 BTS 상징색인 보라색 조명으로 꾸민 사진을 올렸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참석자 자리의 바닥까지 보라색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아미(ARMY·BTS 팬)들 사이 “올해는 그래미가 BTS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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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각)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지난해 데뷔 앨범 '사워'(Sour)를 앞세워 신인상 외에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부문을 수상한 미국 싱어송라이터인 올리비아 로드리고(19)가 노래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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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래미는 BTS 수상 발표까지 한참 뜸을 들였다. 총 3시간 30분, 3부에 걸쳐 시상식을 진행했지만 본상도 아닌 BTS의 수상 후보 부문을 3부 막바지에 가서야 발표했다. 시상 도중 이날 사회를 맡은 트레버 노아가 직접 만담 식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도 BTS 뿐이었다. 수상 발표 직전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BTS 대신 도자캣과 시저가 수상을 위해 올라갔을 때조차 그래미 중계 카메라는 틈틈이 BTS의 모습을 비췄다.

덕분에 그래미 어워즈 측이 올린 유튜브 실황 중계영상은 587만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또 다시 BTS를 ‘시청률 낚시’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미 어워드가 방탄소년단과 팬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농담이 나왔다”고 했다. 이날도 전세계 아미들의 트위터 계정에서는 그래미 시상식 주최측이 음흉하다는 뜻의 ‘Scammys’ 해시태그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보수적인 그래미, 이미지 변신 가능할까

이날 그래미 어워즈는 BTS 뿐 아니라 시상 주최측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에게도 중요한 시험대였다. 그간 백인 가수 위주로 혹은 백인에게 인기 있는 장르 위주로 수상을 몰아주는 ‘화이트 그래미’ 오명을 벗기 위해 이른바 ‘비밀위원회’를 폐지한 첫 해였기 때문이다. 비밀위원회는 1만 여명의 레코딩 아카데미 전체 회원들의 투표 결과를 검토하고, 경우에 따라 직권으로 후보를 선정할 수 있는 15~30명의 익명 전문가 집단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상 기준’이 미심쩍다는 논란이 있어왔다.

그래미는 특히 지난해 ‘블라인딩 라이츠’로 빌보드 역사상 최장기간(90주) 핫100 차트에 머물렀던 흑인 팝스타 위켄드를 단 한 개 부문에도 후보에 올리지 않아 공정성과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었다. 결국 위켄드는 작년 그래미 참석을 보이콧 했고, 여러 비판과 함께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쇄신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그래미는 올해도 비슷한 논란을 완전히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대 본상의 경우 필리핀계, 한국계, 흑인 등 다양하게 나눠주긴 했다. 하지만 올해도 시상식 직전 유명 래퍼 드레이크가 두 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르고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2018년에도 그래미 불참을 선언하며 “흑인 음악이 무시당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올해도 가능성 확인한 BTS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BTS의 수상 불발이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며, 여전히 큰 가능성을 재확인 한 무대에 섰다는 평도 나온다. 이번 수상 후보에 오른 BTS의 ‘버터’는 지난해 빌보드 차트 최장 1위(10주) 곡이긴 했지만 가벼운 틴팝 성격의 곡에, 이중 작곡 판매 논란도 불거졌었다. 특히 BTS의 활동 자체도 짧은 싱글 활동들이었다. 음악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그래미 앞에서 BTS의 음악관을 깊이 있게 보여주기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날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 BTS의 시상식 무대는 단연 돋보였다. 특히 멤버 뷔가 이날 신인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귓속말을 하는 연출을 하고, 정국이 하늘에서 이동식 장치를 타고 내려올 때 관중석에서는 큰 호응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엔 내로라 하는 미국 음악계 관계자와 스타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이 종료된 후 BTS와 리더 RM은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솔직히 기분 안 좋은 게 팩트”라면서도 “오늘 슬프고 내일 괜찮으면 된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고, 좋은 퍼포먼스 영상을 남겼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8~9일 라스베이거스 현지 콘서트를 통해 또 다시 대규모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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