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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기대?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조선업계의 복잡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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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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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 추진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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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 여파가 국내 조선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다변화로 해양 운송 수요가 늘면서 LNG 선박 발주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는 한편,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과 러시아발 수주 물량의 대금 회수 우려도 나오는 등 기대와 위기감이 교차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기 위한 행동계획인 ‘REPowerEU 입법문서’를 발표했다. EU의 행동계획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올해 말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감축하고 늦어도 2030년까지는 ‘제로’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EU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40%에 달한다.

대신 미국이 유럽 가스시장의 최대 공급자 자리에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2019년 EU의 LNG 수입에서 16%에 그치던 미국산 가스의 비중은 지난해 28%, 지난 1월 44%까지 확대됐다. 조 바이든 정부는 올해 말까지 EU에 LNG 150억㎥를 추가 공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국·유럽 간 LNG 물동량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대형 LNG 선박 제작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에는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 1일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선 1척을, 한국조선해양도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각각 공시하는 등 조선업계는 최근 LNG 선박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LNG 공급망의 다변화는 국내 조선 회사들의 LNG 선박 수주 행렬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NG 선박 시장은 한·중·일 3개국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그중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이 대부분 독식하는 구조”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LNG 선박 발주량이 향후 몇 년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쟁이 부른 원자재가 인상은 부담이다.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조선용 후판재 가격도 덩달아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0달러 수준이던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525.50달러를 기록하면서 무려 5배 가까이 치솟았다. 러시아는 세계 4위 제철용 원료탄 수출국이다. 서방 제재로 원료탄 수출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20.75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159.85달러까지 상승했다.

유동성 우려도 있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로부터 퇴출되면서 조선 3사가 러시아 선주와 계약한 선박의 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러시아 선주들로부터 수주한 선박 잔고는 8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이 약 50억달러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해양이 약 25억달러, 한국조선해양이 5억달러 수준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받아야 할 돈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은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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