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 이후 최고 물가상승률…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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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독일과 스페인의 물가 상승률이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유럽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 중인 두 나라와 경제적으로 엮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6%를 기록했다고 독일 연방통계청이 밝혔다. 이는 1990년 통일 이후 최고치이자, 서독 기준으로는 이란-이라크가 전쟁을 벌이던 1981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물가 급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공급망 혼란 회복세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특히 가팔랐다. 난방유는 전년동기 대비 99.8% 치솟아 거의 2배로 뛰었다. 식료품은 7.5% 상승했는데, 이중 식용유와 버터가 19.7%, 채소는 14.2%, 빵은 7.1% 급등했다. 독일 슈퍼마켓 진열대에선 밀가루와 해바라기유가 사라졌고,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재기하고 있다.
스페인 슈퍼마켓에서도 최근 몇 주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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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3월 물가상승률도 전년 대비 9.8% 급등해 1985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전기와 연료, 식료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치솟는 물가의 원인"이라며 "정부가 식량을 포함한 물가 억제를 위해 긴급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법적으로 소비자들의 마트 구입 물품 개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특별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영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기도 전인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6.2%로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세계 곡물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가격이 21%, 보리 가격은 33% 급등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 세계 최대 생산국이기도 한데, 유럽연합(EU)에 절반 이상을 수출해오다가 현재 전쟁으로 공급이 중단됐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독일은 4.6%에서 1.8%로 3%포인트 가까이 낮췄고, 오스트리아도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0.4%를 기록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EU는 내달 1일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물가 급등이 유럽 중앙은행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커질 것"이라며 "유럽 경제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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