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말소냐 최대 2년4개월 영업정지냐"…현산 운명, 서울시 손에 달렸다

화정 붕괴사고에 등록말소 포함 요청…市 "기준 부재해 검토 필요"

학동 참사 처분도 조만간 결론…부실시공 1심 판결 전 처분 검토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2022.1.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대해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하면서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인다.

국토교통부는 28일 HDC현산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대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1년 혹은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사고의 중대성과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강조한 만큼, 사실상 영업정지보다는 등록말소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10호는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실을 일으켜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상 등록말소 기준 부재…市 "자체 검토·국토부 질의 진행"

다만 서울시는 등록말소의 경우 법령상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법률에는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있으나, 시행령에는 어떤 경우에 등록말소를 할 수 있는지 기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 하위 기준에는 등록말소 외에 영업정지 1년에 대한 것만 마련돼있어 자의적으로 등록말소를 하게 되면 기준을 어길 가능성도 있다"며 "서울시 검토와 국토부 질의를 거쳐 내부 처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등록말소에 대한 법률 검토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하겠단 입장이다. 시는 올초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을 약 20개월 수준에서 6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HDC현산에 대한 사전조사와 의견 청취를 진행하고, 일반건설업 행정처분심의회의에서 처분 결정과 감경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종전처럼 재판결과를 기다려 처분하지 않고, 명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빠른 판단을 내리겠단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부실사항에도 처분이 늦어지면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동 참사 처분도 조만간 결론…市, 부실시공 1심 판결 전 처분 검토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서도 조만간 처분이 이뤄질 전망이다. 4월 초 이전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HDC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한 Δ부실시공 Δ하수급인에 대한 관리 의무 미이행에 대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당초 선결 요건이 마무리된 뒤 처분을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부실시공 관련 1심 재판이 지지부진하고 하도급 업체에 대한 영등포구청의 결정도 뒤로 밀리면서 9개월 넘도록 행정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일부분이라도 행정 처분을 내리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우선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전 시 내부 검토를 거쳐 행정처분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상당 기간이 지났다"며 "청문 절차와 같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됐고, 1심 판결 외에도 검찰 기소가 이뤄진 경우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처분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조만간 처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건에 대해 HDC현산이 행정처분을 받기 위해선 철거 하도급업체인 한솔기업이 먼저 영등포구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

영등포구청은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청문을 마치고 처분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 해당 내용에 대한 회신을 받는다. 서울시는 영등포구청 처분 즉시 행정 처분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2년4개월 영업정지에 등록말소까지…업계는 우려

HDC현산은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만 최대 1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에 대해 각각 영업정지 최대 8개월의 처분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후자는 불가능하다.

여기에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1년의 영업정지까지 더해지면 현대산업개발은 최대 2년4개월 동안 신규 사업 수주가 중단된다. 최악의 경우 등록말소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등록말소의 경우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등록말소로 HDC현산 실적이 단숨에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앞서 시공된 아이파크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부실 우려로 불안감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협력업체, 금융업체 등 관련 업체가 도미노로 피해를 입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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