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교육·여객기 탑승 제한과 함께 언론에도 강압 조치
영국 런던에서 BBC 로고 앞을 지나는 시민.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영국 공영 BBC, 미국의소리(VOA) 등 외국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았다.
28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슈토어, 페르시아어, 우즈벡어 등으로 방송되던 현지 BBC 뉴스 프로그램 방영이 최근 중단됐다.
이번 조치는 탈레반 정부가 앞서 BBC의 아프간 협력 TV 매체인 아리아나, 샴샤드 등에 외국 콘텐츠의 방영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후 이뤄졌다.
BBC는 이와 함께 VOA,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 벨레(DW), 중국 관영매체 CGTN의 방송도 함께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BBC 월드 서비스의 타리크 카팔라는 불확실성과 격변의 시기에 공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아프간인의 접근이 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팔라는 "탈레반은 이번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바꿔 즉시 BBC 뉴스 프로그램의 방영을 허락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프간에서는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집권 후 언론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지난달 국제기자연맹(IFJ)의 보고서를 인용해 작년 8월 이후 318개 이상의 언론사가 폐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작년 8월 초만 하더라도 아프간 전역에서는 543개의 언론사가 활동한 것으로 추산됐다. 불과 6개월 사이에 기존 언론사 중 59%가량이 무너진 셈이다.
탈레반은 집권 후 새롭게 도입한 언론 규정을 통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으며 관료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대중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도 보도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금되거나 폭행당하는 일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카불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인들. |
이와 함께 탈레반은 최근 여성 교육 관련 정책도 엄혹했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은 이달부터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지난 23일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탈레반은 "여학생들의 복장과 관련해 정부 지도자들이 결정을 내린 후 학교는 다시 문을 열 것"이라며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 방침을 취소했다.
이어 전날에는 놀이동산마저 남녀 분리 이용을 명령했고,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은 여성의 여객기 탑승까지 금지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 때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한 바 있다.
재집권 후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당 부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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