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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성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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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성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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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한 차례 무산 끝에 성사된 것은 우선 문 대통령의 의제 조율 없는 허심탄회한 대화 제안을 윤 당선인이 수용한 형태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다섯 차례나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다.

지난 24일에는 “답답하다”면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회동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윤 당선인 뜻과 달리 인사 등 선결조건을 내거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에 있다는 의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는 뜻을 재차 전달하자, 윤 당선인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화답했다. 그간 장 실장과 이 수석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의 인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 등 요구를 일단 접고 문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신구 권력 대치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8일 만나더라도 이전까지 가장 늦은 대통령·당선인 간 만남이었던 노무현·이명박, 이명박·박근혜 때의 대선 후 9일을 훌쩍 뛰어넘는 19일 만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의제는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일단 만나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우선 만나보자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제안을 연거푸 거부하는 모양새가 지속될 경우 ‘지는 권력’에 대한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고 한 뒤 문 대통령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으로 몰았다”며 분노를 표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도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회동을 서두른 측면이 있다.


실무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 인사 문제가 일단락된 것도 윤 당선인이 회동 요청을 수용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25일 인수위에 한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현 정부와 새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은 신구 권력이 마냥 대치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함께 북한을 규탄하며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안보 문제 만큼은 “윤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두 차례 윤 당선인에게 북한 동향을 보고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정부 기조를 보면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이 회동이라는 첫 번째 언덕은 일단 넘게 됐다. 끝을 모르고 치달았던 갈등이 한풀 수그러들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신구 권력이 대면하더라도 현안에 대한 인식 차가 워낙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이뤄지는 인사는 자신의 권한이자 의무라는 입장인 반면 윤 당선인은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도 문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안보 우려를 불식할 만한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예비비 편성 협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원하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 사면도 윤 당선인 측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과의 거래설을 제기하면서 문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더 불확실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이 당초 독대에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 실장이 배석하는 것으로 회동 형식을 바꾼 것을 두고 회동 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양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릴 경우를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대연·박순봉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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