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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4대 은행, 마통 한도 확대…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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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대출 규제 완화…대출 감소로 이자수익 악화 등 원인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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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상향하는 등 적극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오는 5월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 올해 초부터 지속된 가계대출 감소로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 감소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 상향 등 본격적인 가계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000만~3억원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작년 1월 신용대출 상품과 대상에 상관없이 모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배인 2억원으로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전문직군 대상 상품(KB닥터론·KB로이어론·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최대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KB직장인든든신용대출·KB급여이체신용대출·본부승인 집단신용대출 등)은 1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16일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요청 등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일괄적으로 5000만원까지 줄인 뒤 약 반년 만에 '정상화'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일찌감치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다음 주께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외에 신용대출 한도도 상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다른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KB국민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대환 조건부 대출 신청을 허용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해온 '당·타행 신용대출 합산 1억원' 한도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있는 데는 차기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출 규제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히고 ‘현금 부자’들만 부동산 쇼핑을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 차주별 DSR 규제 완화 등을 공약했다.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한 가계대출 규제를 대부분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감소하고 있는 가계대출 잔액도 주요 은행들의 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의 규제로 은행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705조2932억원)은 2월 말보다 6441억원 줄었다. 5대 은행만으로는 3개월 연속, 은행권 전체로는 4개월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지 않아서다. 세계적으로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신용대출 수요는 줄었다. 3월 들어 24일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각각 6033억원, 175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1조293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현 정부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으로 대출한도를 줄이면서 은행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주장한 새 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대출영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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