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무죄난 보육교사… 법원 “신뢰 잃어 해고는 정당”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울행정법원./대법원

아동학대를 의심을 받은 보육교사가 형사재판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어린이집 원장은 학대 의심 정황을 이유로 보육교사를 해고 징계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대표 사이 핵심 신뢰가 훼손돼 더는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는 어린이집 대표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9년 10월 어린이집 CCTV에서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했다. B씨는 원아를 향해 문을 반대로 밀어 넘어트리거나, 깁스한 팔로 아이 얼굴을 쓸어내리는 등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 머리를 볼펜을 쥔 손으로 누르는 등 8명에게 학대 의심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어린이집에 다니던 일부 아이의 부모는 해당 어린이집을 퇴소했고, 일부 입소 대기자는 입소대기를 취소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는 참석위원 6명 만장일치로 해고처분을 결정했지만, B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 사유 중 일부를 근거로 징계를 내릴 수는 있지만, 해고라는 징계는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원장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B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구지법은 “다소 거칠거나 강압적인 모습이 있기는 하나, 훈육 내지 보육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아동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할 결과나 발생할 위험을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형사재판 무죄와 별개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로 어린이집에 손해를 끼쳤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며 “어린이집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어린이집의 해고 징계도 사회통념상 과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아동학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원아들에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의 훈육의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영유아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저버린 행위는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대표 사이 신뢰관계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 부분을 깨트린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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