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맨 왼쪽)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의 SK 실트론 현지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안내로 주요시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이어 영국과도 철강제품 관련 관세 합의를 마쳤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적용되는 쿼터 조치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윤창현 통상법무정책관 주재로 철강업계와 민관합동 간담회를 개최해 수출영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영국산 철강 제품 연간 50만t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50만t이 넘는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은 EU, 일본에 이어 영국과도 철강 분쟁을 마무리했지만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과 관련한 한미 양국 간 협상은 아직 착수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의 합의가 우리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18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철강 제품의 경우 25%,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10%의 고율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기조가 바뀌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430만t 규모의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일본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오는 4월부터 연간 125만t 물량까지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에 철강 수출 시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는다. 일본(125만t)과 영국(50만t)보다 많지만 EU(330만t)보다는 적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미온적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6일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철강관세 협상 개시에 대해 “쿼터제를 통해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일부 철강제품에 대해선)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만간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는 전면 재협상보다는 해당 분기에 소진하지 못한 쿼터를 다음 분기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부 요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산의 정의를 ‘한국에서 제강된 철강’으로 제한할 경우,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해 가공해 파는 국내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이같이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232조 조치의 개선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