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우크라 침공] 일본인 무비자 방문·공동경제활동도 중단…
일본 "침공에 따른 제재, 양국 관계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
러시아가 일본 정부의 대(對)러 경제제재 조치를 앞세워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침공에 따른 제재, 양국 관계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
러시아가 일본 정부의 대(對)러 경제제재 조치를 앞세워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21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러시아 외무부의 대응조치 관련 성명'을 통해 러·일 평화조약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점령한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 섬(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의 반환을 요구하며 러시아와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시 적국이던 일본과 러시아는 1945년 종전 이후 지금까지 영토분쟁 등을 이유로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러시아 외무부 성명은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취한 일방적인 대러 제재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교섭을 중단한다"며 "(일본이) 노골적으로 (러시아에) 비우호적 태도를 취해 우리의 이익에 손해를 입히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999년에 결정한 일본인의 러시아 남쿠릴열도 무비자 여행도 모두 중단하고, 일본의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파트너국 자격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일본과 진행하던 '쿠릴열도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실현'과 관련된 토론도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러시아 기업 49개 기업과 300개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조치를 시행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미국 등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것에 대한 보복 행위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양국 협력과 일본의 이익에 대한 손해 책임은 반(反)러시아적 행동을 취하는 일본 측에 있다"며 일본과 러시아 간 관계 악화가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대러 제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 정부의 러시아 제재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러시아 외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
━
日 "지극히 부당한 조치, 강력 항의할 것"
━
러시아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 선포에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이번 사태는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것이다. 이를 일·러 관계에 전가하려는 (러시아의) 대응은 지극히 부당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러시아의 협상 중단 결정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일·러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협상 중단 대응에도 제재 방침을 유지할 거란 의미로 읽힌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이 주일 러시아 대사에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항의했다며 "영토 문제를 해결해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대러 외교의 기본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주재 일본대사관은 전날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러시아 측의 결정은 지극히 유감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국방부가 2012년 12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사진에 바스티온 미사일 발사대가 러시아 쿠릴 열도의 마투아 섬에 배치돼 있다. 러시아군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러시아의 확고한 입장을 부각하기 위해 이곳에 해안 방어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 /AP=뉴시스 |
━
'러 헌법 위반' 푸틴 억지에…평화협상, 사실상 결렬 수순
━
한편 지난 2018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푸틴 대통령 간 일·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1956년에 채택된 '소·일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한 평화조약 추진 가속화에 합의했다.
지난 1956년 10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채택된 '소·일 공동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양국 간 전쟁 상황을 종식하고 외교관계를 복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당 선언 9조에는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 뒤 영토 인도가 이뤄진다는 조건 아래 소련이 쿠릴열도 4개 섬 중 시코탄과 하보마이 등 2개 섬을 일본에 양도하는 것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헌법 개정을 앞세워 일본과의 쿠릴열도 반환 협상이 러시아의 기본법에 모순된다고 주장하며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양국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는 2020년 7월 푸틴 대통령을 주도로 다른 국가에 자국 영토를 넘겨주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시행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