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NBA 역대 최다 1336승을 달성한 뒤 샌안토니오 선수들의 축하를 받는 포포비치(가운데) 감독. [USA투데이=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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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2일) 미국프로농구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73·미국) 감독은 NBA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1336승)을 달성했다. 돈 넬슨의 1335승을 넘었다. 샌안토니오 선수들이 달려와 얼싸안자 오랜 만에 아이처럼 웃던 포포비치는 선수들을 뿌리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포포비치는 1996년부터 26시즌째 샌안토니오를 장기 집권하고 있다. NBA 최장수 감독인 그는 1336승(694패, 2030경기),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 5차례 파이널 우승 등의 업적을 이뤄냈다.
세르비아 아버지와 크로아티아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에어포스(공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소련 관련 학위를 취득해 CIA(미국 중앙정보국)를 꿈꿨지만, 47세이던 1996~97시즌 도중 샌안토니오를 맡았다. 당시 팀은 데이비드 로빈슨의 부상 여파로 20승62패에 그쳤는데, 덕분에 199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팀 던컨을 뽑을 수 있었다.
포포비치는 올 시즌 초반에 “성공 비결? ‘팀 던컨, 드래프트’. 그 후 살아있다”고 말했다. 던컨은 포포비치의 첫 우승(1999)부터 마지막 우승(2014)까지 함께 했다. CBS스포츠는 “포포비치의 최다승에 ‘던컨 드래프트’가 도움 됐지만, ‘코치 POP(포포비치 애칭)’이 마법을 부렸다”고 평가했다. “위대한 코치는 위대한 선수와 함께 한다. 스티브 커 감독은 스테판 커리와 케빈 듀랜트에게, 필 잭슨 감독은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그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포비치와 영광의 시간을 함께한 던컨.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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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캐나다 출신 구나단 감독은 “‘빅마켓’ 구단은 아니었던 샌안토니오는 마누 지노빌리(아르헨티나), 토니 파커(프랑스) 등 해외 선수들을 잘 뽑았다. 포포비치는 수퍼스타, 메인 볼 핸들러보다는 공을 셰어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 바스켓볼’의 펀더멘탈을 구축했다. 한 번은 타임아웃 때 선수들끼리 얘기하게 놔두더라. 경기 후 ‘선수들 스스로 뭐가 잘못됐는지 알기에 난 코치와 밥을 뭘 먹을지 의논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포포비치는 샤킬 오닐에게 고의로 반칙하는 ‘핵-어-샤크’ 작전도 폈다. ‘농구를 드라마로 만들지 말라. 그것도 농구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부터 24시즌째 울산 현대모비스를 맡아 700승 이상을 거둔 유재학(59) 감독은 “샌안토니오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함께 하는 시스템 농구를 한다. 감독이 선수를 믿으면, 선수도 감독을 믿는다”고 말했다.
NBA 최다승 기록을 세운 포포비치.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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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은 최근 ‘들어본 적 없는 NBA 레전드 포포비치 스토리’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지인들의 일화를 전했다. 샌안토니오 출신 가드 더마 드로잔(시카고 불스)은 “팝이 우리에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펭귄 영상을 보여줬다. 팀워크와 어떻게 하나가 돼 공통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가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린 풀영상을 봐야 했다. 그들이 이동하는 법, 알을 지키는 법 등등. 미친 일이었다. 그런데 펭귄들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는 2013년 파이널 6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의 레이 앨런에게 통한의 3점포를 얻어맞은 뒤 결국 준우승에 그쳤다. 포포비치 감독은 마이애미 식당에서 선수들의 테이블을 돌며 “함께 이기고 함께 진다”며 위로해줬다. 지노빌리는 “우리가 그에게 여러 번 들은 말 중 하나는 ‘이 것이 너에게 일어난 최악의 일이라면 매우 운 좋고 축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머레이와 포옹하는 포포비치 감독.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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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명의 선수들이 포포비치를 거쳐갔는데, 그를 위해 벽을 뛰어 넘어서라도 가는 이유는 ‘관계’다. 그게 사람을 끌리게 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샌안토니오 코치를 지냈던 채드 포시어(밀워키 벅스 코치)는 “오래 전 영하 5도의 추운 밤 토론토에서 저녁 먹고 나오는 길에 노숙자를 봤다. 포포비치가 갖고 있던 한 뭉치의 지폐를 주머니에 넣더니 가죽 재킷을 벗어 덮어줬다. 그는 셔츠 차림으로 가던 길을 갔다”고 전했다.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고 싶게 하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포포비치는 최다승 기록 후에도 “이 기록은 나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와 우리 도시의 것”이라고 말했다.
포포비치는 항상 인터뷰 때 단답으로 유명하다. “턴오버”, “턴오버”라고 답하는 식이다. 2014년 백혈병 투병으로 자리를 비운 리포터 크레이그 세이거 대신 그의 아들이 나선 적이 있는데, 포포비치는 “자네도 잘하고 있지만 난 부친을 여기서 더 보고 싶네”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의 금메달을 지휘한 포포비치.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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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NBA 해설위원은 “전략, 전술도 뛰어나지만, NBA 역대 최고의 관리자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방식도 독특하고, 공군 출신으로 맹장과 용장이었다가 필요하면 덕장이 된다”며 “처음에는 로빈슨-던컨 트윈타워를 앞세워 재미없는 농구를 했지만, 2010년대에는 빠른 템포 농구도 하는 등 변화를 줬다. 3점슛 농구를 싫어하지만, 스몰볼을 택해 우승한 적도 있다. 꼰대 같은데 트렌드 세터다. 그래서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모두 우승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가드 디욘테 머레이 등을 잘 키워냈다. 마이크 버든홀저 밀워키 감독 등을 키워낸 ‘감독들의 감독’이기도 하다.
포포비치가 영원히 샌안토니오 감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2년 전, 샌안토니오는 PO 연속 진출 기록을 22시즌에서 마감했다. 올 시즌도 서부 콘퍼런스 12위(26승43패)에 그치고 있다. 20년 넘게 PO에 진출하다 보니 대형 신인을 데려오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포포비치 후임으로 유타 재즈의 퀸 스나이더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건 많은 이들이 포포비치를 존경하고 그를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라 부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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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비치는...
출생: 1949년 인디애나주 이스트시카고(73세)
키: 1m91㎝
대학: 에어 포스(소련학 전공)
감독: 샌안토니오(1996년, 26시즌째)
주요 이력: NBA 우승 5회(1999, 2003, 2005, 2007, 2014), 올해의 감독상 3회, 도쿄올림픽 금
연봉: 1000만 달러(136억원)
▶포포비치의 1336승 여정
1승: 1996년 12월14일 댈러스전
500승: 2006년 3월2일 댈러스전
1000승: 2015년 2월9일 인디애나전
1336승: 2022년 3월12일 유타 재즈전
*역대 1위(1336승696패) 2위는 돈 넬슨 1335승, 3위는 레니 윌킨스 1332승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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