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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집권 후 '미아 신세'된 아프간 전 정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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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부 인정 않고 업무…자금 고갈 속 신분 문제 등 궁지 몰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의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에 의해 해외 각국으로 파견된 외교관 중 상당수가 탈레반 집권 후 '미아 신세'가 되면서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탈레반 정부의 존재를 부정한 채 기존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생활고, 신분 문제, 발급 문서의 효력 문제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14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사, 영사 등 아프간 전 정부가 임명한 60여명의 고위급 외교관은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탈레반을 아직 새 집권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부 외교 업무를 하면서 비자 등 여러 공문서도 전 정부의 양식에 따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소프 가푸르자이 주노르웨이 아프간대사는 "대사관은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위해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프간 상황 안정을 위한 정치적 논의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대사관이 발급하는 공문서가 장차 탈레반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탈레반 정부는 외신 기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주재 대사관에서 발급받은 비자에 대해 앞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해외 외교관들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본국의 자금 지원이 끊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 대사관은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작은 건물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외교관 상당수는 몇 개월째 월급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사관과 영사관은 이런 경제난을 이기지 못해 조만간 폐쇄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AFP통신에 "아프간 대사관과 영사관은 심각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들의 은행 계좌도 이용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와중에 일부 외교관은 자리에 물러났거나 탈레반 정부에 의해 퇴임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에서는 탈레반 정부가 임명한 새 총영사가 이미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탈레반에 의해 후임 대사가 임명되자 기존 대사가 사직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자신들이 임명한 외교관을 내보내려하는 중이다. 국제사회는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일부 외교관은 망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망명도 쉽지 않다.

인도는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라 국제법상으로 난민 보호에 대한 의무가 없는 나라인데다 망명 승인 절차에도 여러 해가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프간은 수십 년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정부 재정 자립 능력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였는데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더 심해졌다. 여기에 가뭄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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