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오른쪽은 서울 공연장 장애인석 앞에서 노랫말을 통역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다. /빅히트 뮤직, 김이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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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 서울 콘서트에서 포착된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 세계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국제 수화를 안무로 만들고 꾸준한 기부활동까지 펼치던 멤버들이 또 한 번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에 동참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과 12~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을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반 만에 가진 국내 대면 공연이었다.
이 사흘은 전례 없는 기록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작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각국 언론이 보도했고 지민 정국 등 일부 멤버는 트위터 글로벌 트렌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 3회차 공연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동시 진행됐으며 191개 국가·지역에서 총 102만명이 시청했다. 2회차 공연의 경우 75개국 3711개 영화관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관객 수는 약 140만명, 매출액은 무려 3260만 달러(약 403억원)에 달한다.
서울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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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팬들이 13일 서울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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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함성 대신 클래퍼(응원용 소도구)와 응원봉(아미밤)만 허용됐다. 관객이 만들어내는 불빛과 멤버들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찬 현장이었다. 이처럼 모두가 공연을 즐기던 시간, 팬들의 눈길을 끈 건 내내 무대를 등지고 선 채 손짓하던 수어 통역사였다.
당시 콘서트를 관람했던 작사가 김이나는 13일 인스타그램에 수어 통역사를 찍은 영상을 올리고 “많은 이가 하나의 마음으로 행복해하는 현장에 있는 건 언제나 벅찬 체험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공연 내내 한 분이 춤을 춰가며 수어로 가사 통역을 하고 있던 모습”이라며 “앵콜로 ‘퍼미션 투 댄스’가 나올 때는 유난히 감동적이었다”고 적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장애인석 앞에 선 수어 통역사가 관객을 바라보며 노랫말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입 모양이 보이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음악 속 메시지를 전하는 손짓과 몸짓은 마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듯했다.
방탄소년단의 ‘배리어 프리’ 활동은 이미 유명하다.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콘서트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일도 2019년부터 계속해왔다. 당시 청각장애를 가진 한 팬의 요청이 있었고 소속사와 멤버들이 이에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 RM은 같은 해 청각장애 학생들의 음악 교육에 써달라며 특수학교에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수어 안무. /HYBE LABELS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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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는 ‘퍼미션 투 댄스’의 후렴 안무에 국제 수화를 녹여 큰 화제를 모았다. 엄지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반쯤 구부린 채 몸을 위아래로 긁는 동작은 ‘즐겁다’를, 왼손 손바닥을 무대 삼아 오른손 두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이는 건 ‘춤추다’를, 양손으로 만드는 브이(V)는 ‘평화’를 뜻했다.
여기에 팬덤 ‘아미’의 노력이 더해졌다. 한국 수어와 표현 방식이 다른 안무 속 국제 수화를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고,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같은 선한 영향력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청각 장애로 음악을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세계 15억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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