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메이저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박인비가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모습. 올해는 KLPGA 투어에서도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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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여자골프 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확 달라진다. 변화의 목표는 '세계적인 투어로 도약하는 것'이다.
올해 KLPGA 투어 경기 도중 박민지(24)와 박현경(22), 임희정(22) 등 선수들이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에서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또 그린 위에서는 퍼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와 캐디들의 눈과 발이 바빠질 전망이다. 그린 경사를 자세하게 분석해놓은 '그린북'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7월부터는 변화가 한 가지 더 생긴다. 바퀴가 있는 카트에 캐디백을 싣고 다닐 수 없다. '프로스포츠'로 미디어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KLPGA 투어에 정통한 관계자는 11일 "KLPGA 투어가 2022시즌 개막전부터 선수들의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코스 정보를 담은 야디지북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고성능 3D 레이저 등을 이용해 경사 등을 표시한 그린북은 금지된다. 캐디 카트는 7월부터 사용할 수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KLPGA 투어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은 내부 규정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KLPGA 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함께 세계적인 투어로 거듭나기 위해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아닌 프로 골프 투어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한 건 KLPGA 투어가 한국 최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 한국오픈 등에서도 거리측정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단 프로골퍼들은 거리측정기 사용을 대부분 반기고 있다. 한 선수는 "정확한 거리 확인과 경기 시간 단축 등 확실한 효과가 있는 만큼 선수 입장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경기력 향상에 대한 효과까지 있는 만큼 대부분의 선수가 거리측정기 사용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그린북 사용 금지다. KLPGA 투어는 지난 시즌까지 허용했던 그린북을 올 시즌부터 전격 금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그린북 규정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프로골퍼에게 시험 족보와 같은 그린북은 고성능 3D 레이저 등을 이용해 경사 등을 표시한 그린 지도다. 경사를 파악하는 데 시각과 같은 감각에 의존하게 된 만큼 선수들과 캐디들은 그린 위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KLPGA 투어 10년 차 캐디는 "퍼트를 할 때마다 그린북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경사가 헷갈릴 때는 큰 도움을 받았다"며 "이젠 과거의 기억과 눈과 발의 느낌을 이용해 그린 경사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를 것 같다. 그린 경사를 잘 읽는 선수와 캐디가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린을 잘 파악하는 캐디의 몸값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트 사용에 대한 규정도 변경됐다. 골프장 내에서 끌고 다니던 캐디 카트는 오는 6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끝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KLPGA 투어가 캐디 카트 사용을 금지한 것은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잔디를 보호하고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등 여러 이유에서다. 몇몇 선수는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이 캐디백을 메고 있는 한 선수는 "캐디를 해주는 아버지가 7월부터 20㎏이 넘는 캐디백을 메고 4일간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특정 선수가 아닌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한 규정인 만큼 불만은 전혀 없다. 7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아버지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책을 세워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KLPGA 투어가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택한 것은 세계적인 투어로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도약하기 위해서다. KLPGA 투어는 지난달 외국인 선수가 준회원 선발전과 점프투어에 출전할 수 있도록 참가 규정을 개정했다. 당시 KLPGA 투어 관계자는 "KLPGA 투어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KLPGA 투어가 세계적 투어 반열에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LPGA 투어가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코리안투어와 KGA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GA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KGA 주관 대회에서도 이 규정을 적용하면 어떨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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