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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EU, 러시아 에너지 '굴레'서 독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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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무기화 대응…"2027년까지 러 화석연료 의존 탈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대체 공급원 확보 난망

연합뉴스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는 EU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의 '에너지 독립'이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이번 침공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신냉전'이 고조돼 EU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대(對)러시아 전선의 '약한 고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 서방은 침략을 감행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 전례 없이 강력한 금융제재 등에서 미국과 EU는 단일대오를 형성했지만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등 에너지 분야 제재에 EU는 즉각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았던 지난해 12월 EU 국가에 가스공급을 차단해 '위력'을 과시했다. 유럽의 가스 가격이 당장 폭등했고, 서방의 제재에 맞서 언제든지 에너지를 '무기'로 쓸 수 있다는 러시아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미국은 지난 8일 러시아산 원유, 가스, 석탄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미국은 EU에도 이 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지만 EU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EU 회원국 중 폴란드나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에너지를 직접 겨냥하자고 주장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대러시아 제재에서 에너지를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러시아산 에너지가 현재 유럽에는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은 EU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히면서도 EU 측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EU 역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나아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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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러시아 석유·가스 제품 수출 현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bjbi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러시아는 EU의 가장 큰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EU 회원국들은 석탄과 석유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가스 40%, 원유 25% 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상황이라 러시아가 '에너지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발표한 날 EU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미국, 카타르 등 다른 나라를 통해 가스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대체하고 이밖에 재생 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 등의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구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 EU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회원국 동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EU의 에너지 독립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EU 국가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에도 EU가 단기간에 대체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 가스의 대안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LNG를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EU는 LNG를 수입해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기반시설과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한 제재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증가하면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EU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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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북부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 2' 천연가스 인입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난관을 지나 EU가 결국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EU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EU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19년 달성한 20% 수준의 2배로 당초 목표치인 32%를 상향한 것이다.

또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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