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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美 위성 조각에 박살날 뻔한 아리랑위성…지금 우주는 '전쟁 중'[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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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쓰레기 제거작업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 로봇팔. 사진 출처=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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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평화로워 보이지만 우리 머리 위의 우주는 지금 ‘전쟁 중’이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위성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시대가 열리면서다. 세계 주요 강대국들 사이에선 자국 위성을 보호하고 적대국의 위성을 해치려는 ‘전투’가 보이지 않게 치열하다. 우주쓰레기가 방대해지면서 우주 안전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도 2030년까지 100대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과 6G 초고속통신망 도입 등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개막할 예정이다. 위성 안보가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 위성 조각에 박살날 뻔한 아리랑 위성

지난해 11월30일 여느 때처럼 하루 일과를 시작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우주상황인식연구실(SSA) 직원들은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한 통의 전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 우주전략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 명의의 통지문에는 미국 위성에서 생성된 10cm 크기의 파편 하나가 한국의 아리랑3호 위성에 근접해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져 있었다. 즉시 비상에 돌입한 SSA 직원들은 실제 충돌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기준치인 1000분의1보다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12월4일 아리랑3호 위성의 긴급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 당일 한반도 상공에 도착한 아리랑3호 위성은 SSA의 지령에 따라 연료 100g를 소모하면서 궤도를 변경해 위성 파편을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아차하면 수천억원짜리 국가 자산이 박살날 뻔한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는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총알보다 훨씬 빠른 초속 7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다. 만약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위성은 그야 말로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에는 무사히 피해갔지만 이같은 위험은 언제든지 또 닥칠 수 있다. 실제 KARI에 따르면 국가 소유 위성 8기는 매년 2~3회씩 인공위성ㆍ우주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료를 소모하는 회피 기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아리랑 2호가 10월 경 회피 기동을 실시하기도 하는 등 두 차례 소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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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뚫린 구멍.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임무 수행 중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라디에이터 패널에 직경 5.5mm가량의 구멍이 났다. (자료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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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청소냐 위성 요격이냐?

이처럼 우리 위성을 위협했던 우주쓰레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10cm 이상만 2만여개에 이르고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자체의 위험 뿐만 아니라 위성 요격 기술로 발전하면서 각국의 위성 안보에 중요한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월 ‘우주 쓰레기 청소용’이라며 발사한 스젠(實踐) 21호 위성을 활용해 고장난 베이두-2 G2 항법 위성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위성 요격 시스템이라며 경계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주에선 쓰레기나 위성이나 궤도를 돌고 있긴 매한가지다. 우주쓰레기를 제거했다면 적국의 위성의 위치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적국의 위성에 도킹ㆍ견인해 대기권 혹은 ‘위성 묘지 궤도(약 300km)’에 진입하도록 유도해 파괴할 수 있다.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은 지난달 초 "최근 중국의 위성 요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등 미국의 우주 안보에 큰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면서 미국의 견제 및 집중 투자를 권고한 바 있다.

이밖에 다른 나라들도 우주쓰레기 청소에 나서고 있다. 유럽우주청(ESA)도 스위스 민간벤처 클리어스페이스와 손잡고 1200억원 가량을 들여 2025년부터 저궤도 우주 쓰레기를 시작한다. 일본의 스타트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도 미국 항공우주국, ESA의 의뢰를 받아 로봇 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약 22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이미 실험에 성공해 조만간 실제 청소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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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위성 무기 개발 열공 중

이외에도 우주에서 자국의 위성을 지키고 적대국의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지상ㆍ공중ㆍ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우주 공간에서 직접 타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자국의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한 실험에 성공했고 ,중국도 2007년 비슷한 실험을 한 바 있다. 중국의 스젠 21호 위성처럼 동일 궤도 상에 랑데부ㆍ도킹해 목표물을 감시하고 공격하거나 방해할 수도 있다. 레이저 빔 같은 에너지를 쏴 위성의 궤도를 변경시키거나 추락시키고, 강력한 전자파로 통신 교란·임무 수행을 방해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씨큐어월드재단에 따르면 이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주요 강대국들은 이같은 대위성무기 시스템들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해 실전 배치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7월 ESA 소속 위성이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을 지나면서 영상 촬영을 하다 러시아로부터 전자전 공격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을 당한 게 대표적 사례다. 중국도 지난해 인도와의 분쟁 지역에 위성 전파 방해 시스템을 배치했으며, 위성 기반 GPSㆍ통신위성을 교란할 수 있는 전파 방해 능력과 위성을 직접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도 갖췄다. 심지어 북한도 최근 전파 교란(electric warfare)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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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위성 관리는 어떻게?

우리나라는 현재 KARI가 저궤도 위성 5기(다목적실용위성 2호, 3호, 3A호, 5호 및 차세대중형위성 1호)와 정지궤도 위성 3기(천리안 1호, 2A호, 2B호) 등 총 8기의 국가 위성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군 통신 위성 아나시스2호, KT가 관리하고 있는 무궁화 위성 등이 있다. 이중 아리랑, 천리안, 차세대중형위성 등 국가 위성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관 아래 활용 부처가 참여하는 ‘위성정보 활용 촉진위원회’를 통해 관리한다.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라 KARI의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가 위성 및 지상국 운용, 위성정보 보급 및 활용 촉진 등의 임무를 맡는다. SSA는 센터 내에 구성된 부서로, 24시간 위성 관제ㆍ교신을 담당한다. 저궤도 위성들의 경우 한반도 상공을 하루 2~3회 밖에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그때를 맞춰 위성의 상태를 파악하고 명령을 내리고 영상 촬영 정보를 수신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민간 우주 개발이 활성화돼 지구 궤도내 위성ㆍ우주쓰레기가 대폭 늘어나고 위성들의 쓰임새가 확대되는 등 ‘뉴스페이스’ 시대가 개막되면서 위성을 관리ㆍ운영하며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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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이 구축한 우주물체감시네트워크(OWL-Net) 4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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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감시망 구축 단계

한국은 그러나 적대국의 위성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없는 상태다. 우주에서 타국의 위성 또는 우주 쓰레기 등 안전 위협 물질이 우리 위성에 접근하는 지 여부에 대한 정보도 아직까지는 독자적인 힘으로 얻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 중인 우주물체감시네트워크(OWL-Net)가 있긴 하지만 소행성 등 대형 물체만 식별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이 지난해 12월 도입해 올해 초 전력화한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도 있다. 레이저를 조사해 우리 상공을 지나는 우주 물체를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미국과 전세계 각국들이 참여하는 국제 우주감시네트워크(SSN)와 협력해 정보를 얻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특히 만약 적대국이 우리의 위성을 공격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KARI의 정옥철 SSA 연구실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가 위성이 적대국의 위성 요격 무기 등에 의해 안전에 위협을 받거나 전파 방해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면서 "유엔(UN)에서도 평화적 우주 이용과 지속가능한 우주 관리를 강조하는 만큼 우주를 안전하고 장기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우주 교통 관리 체계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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