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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500t 짜리 초대형 우주선이 10년 후 지구로 추락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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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국제우주정거장 추락 위협

늦어도 2030년 이후 현실화 가능성 매우 높아

"바다 플라스틱 오염 심화, 우주조약 위반, 부품 수거 경쟁 등 우려돼"

아시아경제

▲국제우주정거장.[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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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500t 짜리 인류가 만든 초대형 우주선이 남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질 경우 해양 오염이 심각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 미국과 공동 관리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지구 추락 방치를 위협한 가운데, 국제 과학계에서 이같은 궤도 우주선ㆍ위성들의 '종말' 처리 방식이 결국 해양·환경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미국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그동안 우주 강국들은 남태평양 한가운에 위치한 '우주선 묘지(spacecraft cemetery)'에 수명을 다한 우주정거장ㆍ대형 발사체ㆍ우주정거장의 쓰레기 등을 투기해 왔다. 러시아의 미르 우주정거장, 중국의 톈궁1호 우주정거장이 대표적 사례다. 또 미국도 1979년 호주 남쪽 해양에 스카이랩 시험용 우주정거장을 추락시킨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기존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우주선들이 남태평양에 투기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ISS는 1998년 첫 설치된 후 3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돼 2024년까지만 운영되고 이후 '우주선묘지'로 추락 유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2030년까지 수명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한숨을 돌린 상태다. ISS는 역대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우주선이다. 무게만 470t, 길이 108.5미터, 폭 72.8미터의 월드컵 축구 경기장 크기로 가장 비싼 단일 건축물이기도 하다. 바다에 투기될 경우 그만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치명적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안 그래도 매년 1100만t씩 바다에 투기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 '해양보호를위한해양플라스틱연구소'의 브리타 바츨리 선임국장은 "바다가 언제까지나 정화 기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쓰레기를 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ISS의 내외장재 등에 쓰인 소재를 감안할 때 해양 생물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우려되며, 적절한 해양 활용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육지로 추락하는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바다가 안전한 대안이며, 대기권에 진입해 대부분이 불타 없어지기 때문에 큰 우려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979년 스카이랩 우주정거장의 추락 당시 공포로 인해 벌어졌던 집단 히스테리를 영화화한 드와이트 스티븐 보니에키 감독이 대표적인 찬성론자다. 보니에키 감독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우주정거장이 대부분 불 타 없어질 것"이라며 "1979년 스카이랩의 추락 때도 머리 위로 우주정거장이 추락할 것이라는 집단 히스테리가 벌어졌었다"고 지적했다.

법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1967년 유엔(UN)에서 체결된 '우주조약'은 제9조에서 우주를 오염시키거나 다른 나라의 활동을 방해해서도 안 되며, 지구 환경에 부정적 변화를 일으키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ISS에는 수많은 첨단ㆍ안보 기술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포함돼 있어 바다에 빠졌을 때 그걸 노리는 국가 또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우주조약에서는 각국들이 우주 공간에서 이런 부품들을 수거하지 않는 데 동의했지만 바다에 떨어질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조앤 아이린 가브리노비츠 미시시피대 로스쿨 교수는 "ISS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부서지거나 불타버릴 수도 있지만 우주조약에는 지구를 보호하고 유해한 변화를 막겠다는 개념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면서 "바다에 우주정거장이 떨어질 경우 국제 공역을 포함해 매우 강력한 해난구조법이 있어서 분명히 ISS의 부품이나 조각들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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